서울 도시재생기업(CRC), 해방촌 '더스페이스프렌즈'

2020.12.08 1839




서울 도시재생기업(CRC), 해방촌 「더스페이스프렌즈」
다문화  아이들의  공부방에서,  교육  콘텐츠  기업으로


 

한국의 다문화 인구가 이미 100만 명을 넘었다. 이로 인한 문제들도 다양하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 격차 문제가 크다. 해방촌도 다르지 않다. 더스페이스프렌즈는 해방촌 다문화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위한 교육 콘텐츠 개발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도시재생기업(CRC) ‘Community Regeneration Co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






해방촌은 서울에서 가장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지역이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활기차게 어우러지는 공간이지만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의 삶이 늘 편안한 건 아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다. 김현옥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더스페이스프렌즈’는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배움을 돕고 있다. 한없이 다정하게, 때로는 엄하게 지역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 왔다.





나는  해방촌의  해결사


김현옥 대표는 2008년 다문화가정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친 것을 계기로, 2010년 난민의 한국살이를 돕는 단체를 통해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예멘 등에서 온 이들에게 한글과 한국 문화를 가르쳤다. 한편으로는 해방촌에 사는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가정의 생활을 시시콜콜 도왔다. 부동산 계약서를 쓰는데 중개사가 영어를 모르니 가서 도와주고, 어느 집 보일러가 안 된다고 하면 전기기사를 불러주고, 다세대주택에서 어떤 게 자기 고지서인지도 모르는 이에겐 세금 내는 걸 도왔다. 그렇게 홀로 고군분투하던 중 한글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이지리아 아이를 만났다. 2015년의 일이다. 작은 아이가 1학년, 큰 아이가 3학년이었다. 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더스페이스프렌즈가 시작됐다.



“아이들이 처음 여기 오면 기역, 니은도 모르고 일, 이, 삼도 쓸 줄 몰라요. 한국 아이들한테야 1+1=2 라고 가르치면 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한국어부터 ‘일’, ‘더하기’, ‘는’, ‘이’를 하나하나 가르쳐야 해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공부가 오죽 어렵겠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져요. 1, 2학년 때 붙들어 놓고 공부시키지 않으면 3학년 넘어가서 절대 따라갈 수가 없어요. 애들은 지긋지긋했겠지만 일주일에 세 번, 이곳을 6년 동안 왔다갔다 하니까 어느 정도 공부를 따라가더라고요.” 모든 걸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다 보니 학생을 많이 받을 수 없다. 많아야 스무 명 남짓. 대신 꾸준히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생 때 왔던 아이들이 어느새 중‧고등학생이 됐다.





'공부방'에서  '교육 콘텐츠'  제작 기업으로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공부방에서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자는 김현옥 대표의 제안으로 선생님들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교육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찍고 문제도 만들었다. “작년 겨울쯤부터 ‘학습 한국어’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아이들이 한국말로 소통하는 건 잘하지만 그 한국말로 공부를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걸 교육부에서도 인지하고 생활 한국어와 학습 한국어를 구분한 거죠. 그래서 5과목 교과서 56권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2천4백여 단어를 뽑은 논문을 참고해 이걸 선생님들과 교육콘텐츠로 개발해보자고 했어요.”








더스페이스프렌즈는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더스페이스프렌즈는 지난 해 서울 도시재생기업(CRC)에 선정됐다. “도시재생하고 다문화 교육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저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재생은 ‘하드웨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도시재생 사업이 끝나고 마중물 사업이 종료되면 도시재생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건 결국 주민이잖아요. 그런데 해방촌에서는 그 주민의 10%가 외국인이에요. 그들을 지역을 되살리는 구성원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들이 곧 해방촌 도시재생의 주체가 될 테니까요.”



더스페이스프렌즈는 개발한 교육 콘텐츠를 다문화가정에 직접 판매하지 않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판매하여 그 수혜를 다문화 가정이 받는 방식을 통해 이윤을 내고 있다. “한국의 다문화 인구가 이미 100만 명을 넘었어요. 다문화 시장은 분명히 열릴 거예요. 거기에서 우리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틈새시장, 우리가 해온 교육사업을 할 겁니다.” 다문화 교육,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구체적인 콘셉트가 더스페이스프렌즈의 성공 열쇠가 될 예정이다. “CRC 지원금으로 올해 컨설팅을 받았어요. 다문화 학생들이 많은 지방 초등학교에 가서 인터뷰를 하는데, 선생님께 뭐가 가장 필요하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어휘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길을 잘못 든 건 아니구나’ 했죠.”






다문화 아이들은 더스페이스프렌즈에서 배우고 가르치며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란다.
 




다문화 아이를 돕는 게 곧 한국 사회를 돕는 것


녹록치 않은 생활에 안타까운 사연도 많다. 더스페이스프렌즈는 이런 아이들을 도와 더 큰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다. “부모의 비자가 만료돼서 본의 아니게 불법체류자가 된 아이가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사회적 안전망을 벗어난 셈인데 부모가 열일곱 살 난 애한테 나가서 돈을 벌라고 압박하는 통에 전단지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며 더 이상 이곳에 공부하러 오지 못하겠다는 거예요. 약수동에 있는 사무실까지 가야 한다는데, 한 달에 얼마 받느냐 물으니 15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지 말고 선생님이 그 비용 줄테니 여기서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했죠.”



김현옥 대표가 주문한 것은 엔트리 블록 코딩으로 한국사 콘텐츠 만들기.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학생이 직접 자료를 찾고 선생님께 물어가며 한국 역사를 콘텐츠로 만들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값진 자산이 된다. 여기서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동생이나 친구를 앉혀놓고 기역, 니은을 짚어가며 가르치기도 한다. “키읔, 피읖까지 가면 어려우니까 ‘잠깐만 있어봐’ 하고 선생님한테 달려와서 묻기도 해요.”  정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5명 안팎이지만 이런 어린이, 청소년 학생들까지 꼽으면 열 명 정도가 서로를 가르치고 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이게 함께 살아가는 훈련이에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힘드니까 애써 무시하는 문제들이에요. 하지만 10년 뒤면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요. 이 친구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사회적 비용을 엄청나게 줄이는 일이지요.”





“우리의 파급력이 널리 퍼져나갈 때까지 사업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CRC에 선정되지 않았어도 사업을 지속했을 거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잠시의 망설임 없이 답한다. “만일 처음부터 다문화 콘텐츠를 만들자고 모인 회사면 벌써 망했을 거예요. 본질은 아이들을 돕고 하고 싶은 걸 하기 때문에 욕심 없이 여기까지 온 거예요. 지원을 못 받는다고 사업을 접지도 않을 거구요. 힘닿는 데까지 계속 갈 겁니다. 다만 이렇게 우리의 일들을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같은 곳에서 인정해 주시니 조금씩 점프할 수 있었던 거죠.”





우리의 도움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가길


‘킵 고잉(keep going)한다’는 김현옥 대표의 말처럼 더스페이스프렌즈의 상상력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간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멘토링이나 튜토링 과정을 만들어 지역에서 경력단절 여성과 50세 이상 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고, 자체 개발한 한국어 교육 콘텐츠로 동네 할머니들을 공부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원격 비대면 수업을 통해 실현할 아이디어도 떠올리고 있다. 그가 내다보는 더스페이스프렌즈의 궁극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돈을 많이 벌어야 아이들도 넉넉히 잘 가르치고 사업도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보다는 저희가 존재함으로써 도움을 받은 이들이 한 명 두 명이라도 많아져 그 파급력이 널리, 또 구체적으로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더스페이스프렌즈의 다정한 돌봄과 가르침은 도시재생의 이름으로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더스페이스프렌즈
사업지  서울시 용산구
설립일  2018년 5월 2일
직원  8명
CRC 선정  2019년 9월
CRC 유형  지역사업형
업종  교육서비스외, 도시재생컨설팅외
주요 사업  다문화 아동및 청소년 교육, 다문화 온라인 콘텐츠 제작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
해방촌에는 다양한 국적의 아동 및 청소년들이 많이 거주한다. 한국어가 서툴러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가 매우 어려운 이 아이들의 교육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해결 방법
다문화 아동과 청소년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포함한 교과를 가르치는 공부방을 운영한다. 한편 이 내용을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 기업이나 공공부문에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동시에 아이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게 한다.



글_박예하
사진_이예린(일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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