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2021.06.10 1443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글_김종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하남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시장과 도시재생


시장은 마을의 흥망성쇠와 운명을 같이한다. 마을이 번성하면 시장도 번성하고 마을이 쇠퇴하면 시장도 활기를 잃게 된다. 전국적으로 낙후된 마을과 도시에서 침체된 전통시장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시의 쇠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시장의 낙후도이다. 그래서 도심의 오래된 마을을 활성화하려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전통시장의 활성화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시장 활성화에 접근하는 방식


도시재생사업에서 시장활성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시장의 유통기능을 강화시켜 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의 공동체성을 주목하고 접근하는 방식이다. 예로부터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유통의 공간이자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사회문화적 공감대를 이루는 지역의 중심공간이었다. 지금도 선거 때만 되면 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을 보면 아직도 그 기능은 충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원못골시장 ‘상인합창단’


공동체는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는 속성을 갖는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주변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시장공동체를 활성화하여 시장의 문제를 개선해 보려는 시도는 2008년에 시작된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의 활성화)사업에서 처음 공식화되었다. 시설현대화에 많은 예산을 들여왔던 기존의 시장 활성화 방식과 달리, 문화를 매개로 하는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시장의 활성화를 시작하였다. 상인들을 모아 불평불만을 노래로 풀어내는 합창단을 만들었고 처음에는 대중가요에 가사만 바꿔부르던 수준에서 만남을 거듭하면서 노래실력 만큼이나 시장과 주변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 시장개선에 앞장서고 병원과 양로원 방문공연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는 방법도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못골시장 ‘상인합창단’의 활동은 전국의 전통시장에 상인합창단이 조직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시장공동체 역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10년 수원 못골시장 ‘상인합창단’ 공연모습





전주남부시장 ‘청년몰’


도시재생에 시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는 전주남부시장의 청년몰이다. 2012년 5월, 12명의 젊은이들이 ‘적당히 벌고 아주 함께 잘살자’라는 공동체적 슬로건 아래 방치되었던 시장 2층에 모여 낡은 벽체에 벽화를 그려 넣고 카페, 공방, 음식점, 식충식물을 판매하는 가게까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골고루 갖춘 상인공동체 시장을 열었다. 주말에는 작지만 다양한 공연을 열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청년몰’이 단순히 상품만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단숨에 전주의 핫스페이스로 등극하였다. 마침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 출마한 정치인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전주남부시장의 ‘청년몰’은 전국적으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전주를 방문할 때 꼭 들려야 하는 지역의 명소로 성장하였다.




2012년 12공방으로 시작한 전주남부시장 ‘청년몰’ 초기 모습





정릉 ‘개울장’


못골시장과 전주남부시장에서 보여준 공동체의 가능성은 2014년 정릉시장의 ‘개울장’에서 시장과 마을을 연결하는 지역공동체 활성화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콘크리트로 덮혀있다가 자연하천으로 복원된 정릉천에서 마을장터인 ‘개울장’이 열렸다. ‘개울장’은 외부 관광객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마을 축제로 마을 속에 녹아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마을인(IN) 시장’을 목표로 시장과 마을을 잇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였다. 주민들은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서 정릉천과 정릉시장을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고 시장을 중심으로 시도한 지역활성화 전략은 서울의 도시재생의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2019년 정릉시장 ‘개울장’ 모습





시장은 지역공동체의 중심지


시장은 본래부터 공동체문화의 중심지였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가 그랬고 산업화 이전의 우리 시장이 그랬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자연스럽게 볼거리, 즐길 거리가 등장했고 장에 모인 사람들은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는 지역공동체의 핵심 공간이었다.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빠른 산업화로 지역공동체의 기능이 제거된 우리의 전통시장은 거대자본으로 편리성을 내세운 대형마켓의 등장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시장을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공동체의 중심지로 거듭날때, 시장이 활성화되고 마을과 도시가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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