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지 천호3동, 소규모 환경개선사업_ "눈에 보이는 변화는 힘이 세다"

2021.07.02 2139






희망지 천호3동, 소규모 환경개선사업
눈에 보이는 변화는 힘이 세다





주민의 힘으로, 폐자재가 벤치가 되고 쓰레기가 버려져 있던 수풀은 버스를 기다리며 쉴 수 있는 쾌적한 쉼터가 되었다. 2019년 희망지 천호3동에서 진행된 '소규모 환경개선사업'은 지금까지도 지역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와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버스 정류소 뒤편 작은 공터. 단정하게 깔아 놓은 나무 데크 위로 크고 작은 벤치와 아담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손으로 칠한 몇몇 벤치가 유난히 눈에 띄고, 데크 둘레에 심어 놓은 화단엔 철마다 다른 꽃이 핀다.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울 수 있도록 가로수도 심어 놓았다. 2019년 9월 완공된 이곳의 이름은 천삶놀이터, 도시재생 소규모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조성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깔끔하고 쾌적한 야외 휴식공간이다.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던 공간이었어요.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자투리땅이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면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죠. 냄새도 나고 보기도 좋지 않았어요.” 희망지사업이 진행되던 2019년 천호3동에서 공간운영 활동가로 일하던 박영미 씨는 천삶 놀이터를 조성하기 전, 지저분하던 버스 정류소 근처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수풀 바로 옆에 자리한 고물상에서 고철과 폐플라스틱 등을 쌓아 놓고, 건설기계들이 무질서하게 주차되어 있어 주변 풍경은 삭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박영미 활동가


  






천호3동 주민의 힘으로 지은 천삶 놀이터는

지역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관리되는 않는 조경과 쓰레기로 방치되었던 

천삶놀이터 공사 전 사진   





계획부터 해결까지 주민의 손으로


  “바로 앞에 버스 정류소가 있으니 앉아서 쉴 곳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낸 것은 지역주민이었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살던 이곳 주민들은 그만큼 서로 가까웠고,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희망지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박영미 활동가는 ‘천호3동 사람들의 삶이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천삶 놀이터’ 역시 주민들이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이야기한다.


   “2019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공사해서 완성했어요. 공사 기간이 비교적 짧은 것도 모두 주민들 덕분이죠. 쉼터를 만들기 위해 전신주 위치와 가로수를 옮기는 문제 등등 까다로운 행정 문제들을 주민들이 직접 주민센터와 구청에 찾아가 담당 공무원을 만나 해결했어요. 무척 더웠지만, 공사 과정에서 특별히 힘들었던 기억은 없습니다.”


  2018~2019년 약 9개월 동안 진행된 희망지사업 기간 중 천호3동에는 천삶 놀이터 외에도 ‘골목 화단’과 ‘두런두런 벤치’ 등의 소규모 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었다. 골목 화단은 늘 오토바이가 불법주차되어 있던 주택가 골목 입구에 조성했다. 오래된 저층 주거지라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좁은 골목이지만 천호동과 길동, 고분다리 시장을 연결해 주민들의 통행량이 많은 길이었다. 골목 옆에 서 있던 전화 부스는 언젠가 유리가 깨지고 나선 하나둘 쌓인 쓰레기로 가득했다. 차라리 전화 부스를 치워버리자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KT에서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늘 지저분하던 골목 입구를 주민들과 함께 치우고, 작은 화단을 꾸미고 난 뒤엔 아무도 그곳에 오토바이를 세우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 변화한 풍경에 발맞추고 싶었는지 얼마 뒤 KT에서도 지저분한 전화 부스를 치우고 빨간색으로 칠한 새 전화 부스를 설치해 주었다.

 








주민들은 지저분한 골목 입구를 치우고

작은 화단을 만들어 골목 풍경을 바꿔 놓았다.









축제가 된 도시재생


  좁은 골목길 바닥, 낡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두런두런 벤치는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동네 축제였다고. 주민들이 직접 근처 고물상에서 철재와 나무 합판 등 재료를 실어 오고, 철거 예정이라 비어 있던 주택을 통째로 빌려 사람을 모으고 목공과 페인트 전문가도 초빙했다.


   “온가족이 다 모여 목공과 페인트칠을 배우고, 벤치를 만들었어요. 한편에서는 낡은 바지나 신발을 가져와 마음껏 페인트를 칠하며 놀았죠.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함께 했어요. 한여름 정말 더운 날이었는데, 다들  많이 웃으며 즐거웠던 기억입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만든 벤치 여덟 개는 골목 곳곳에서 동네 어르신들의 쾌적한 쉼터가 되었다. “버려진 물건으로 동네 사람들이 다 함께 만든 거라서 더 의미가 있었죠.”


  







“소규모 환경개선사업은

도시재생 지역 모든 주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
도시재생에 관심 없는 사람들의 생각도

바꿀 수 있습니다.”








주민이 모여 즐겁게 만든 두런두런 벤치는

여전히 주민 관리 속에 어르신의 쉼터가 되고 있다.









도시재생을 위한 진짜 자산


  천삶 놀이터가 지금도 예전 모습 그대로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희망지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지금까지도 돌아가며 순번을 정해 매주 한 번씩 쓰레기를 치우는 등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미 활동가는 소규모환경개선사업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모두가 변화를 느끼고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희망지사업은 활성화를 준비하는 단계라기보다는 도시재생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라고 생각해요. 주민들 스스로 모이고, 물리적 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을 주민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단계죠. 그러면서 살면서 다니지 않았던 길을 가보고, 모르던 이웃을 만나게 되고요. 이 모든 과정이 도시재생의 진짜 자산이에요”





글_정규영(빈빈)
사진_류주엽(일오스튜디오)
사진 제공_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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