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엿보다

2020.01.15 997






강동구 성내 2동 희망지 사례를 중심으로
사람 중심,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엿보다




강동구 성내 2동 일대는 ‘16년과 ‘17년 두 번의 희망지사업을 거쳐 서울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이다. 재도전을 마다치 않고 도시재생에 거듭 도전 했던 동네인 만큼, 희망지와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해온 이들이 많다. 성내 2동을 직접 찾아 희망지 이후 멈추지 않고 재생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서울권에서는 강풀만화거리 등으로 알려진 성내 2동은 약 12,000여 세대가 거주 중인데, 전입 전출인구가 전체의 약 17% 정도이고 1인 가구도 강동구에서 가장 많은 37% 정도인 지역이다. 희망지사업을 실행한 구역은 약 42만㎡ 면적으로 성내 2동 대부분에 해당한다.


‘19년 10월, 성내 2동에서 희망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만났다. 김태현, 김태희, 유명한, 유호진, 임소형, 주혜정, 최재란씨(가나다 순)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주민, 지역활동가, 도시재생현장센터 근무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함께하는 지역의 인적자원들이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희망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희망지로 시작된 일상의 변화


인터뷰를 진행한 성내 2동 주민들은 오히려 ‘16년에 희망지사업 이후 활성화지역에 선정되지 못한 과정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지역에  좋은 성장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17년 활성화지역에 선정된 것이 주민들이 각오를 다지고 도전의식이 샘솟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막연히 열심히만 참여하면 될 것이란 생각을 바꾸어 어떤 점을 보완하고, 어떻게 우리 동네의 미래를 그려나가며 참여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주민의식도 점점 더 공고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희망지사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냐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은 설명회 같은 자리가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생각 외로 개인 관심사의 연결 선상에서 도시재생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처음부터 도시재생이라는 목적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 예를 들면 개개인 단위의 주민들은 먼저 쿠킹클래스, 동아리 모임 같은 공유공간에서 열리는 관심사 위주의 프로그램들을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서로 관계망을 형성하면서 도시재생과 희망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정보만 제공했으면 관심사가 아니기에 그냥 스쳐 지나갔을 텐데, 일종의 관계가 형성된 주변인들이 서로에게 지속해서 전달하고 권유하는 과정에서 참여의 계기가 좀 더 원활했다고 한다. 보통의 도시관리사업이 설명회 개최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을 쓰는데, 희망지에서는 설명회 외에도 거점 공간(사랑방) 마련, 공동체 프로그램 지원, 주민공모사업 지원 등 지역 내 관계망 속에서 관심과 참여로 이끄는 방법을 병행하고 있기에 찾아볼 수 있는 특성이자 장점으로 생각된다.


희망지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어떠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물리적인 환경개선사업보다는 역량 강화와 교육, 의사결정 구조 연습 등에 중점을 둔 희망지사업은 지역의 큰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내 2동 주민들이 말하는 희망지사업으로 인한 변화는 흔히 떠올리는 ‘사업투입→효과성’이라는 형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주민들은 희망지를 통해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계기가 생겼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변화 지점이라 했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만 관심을 두었던 과거에서 점차 내가 사는 동네 전체로 시야를 확장하며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 특히 희망지의 다른 사례지역 탐방 프로그램이 주민들의 시야를 확장하는데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고 했다. 


지역 내 공동체 관계망이 형성되며면서 교류가 활발해진 변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희망지 주민 모임과 분과 모임, 공모사업 등을 매개로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니 주민들 간에 관계가 확장되고 소통이 활발해지며 동네에 애착심이 형성되는 것은 희망지에 참여하게 되며 겪게 되는 가장 큰 일상의 변화였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동네를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끔 너무 편한 차림으로 다니면 난처할 때가 많다는 한 주민의 행복한 불평에서 동네에 대한 애착심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마치고 성내시장 쪽 짧은 골목길을 걷는 동안 서너 명의 주민들이 지나가며 인사를 건네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니, 과연 그 말이  허풍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주민의식과 소속감, 애착심, 공동체 형성과 같은 측면의 변화는 가시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변화이고, 그마저도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을 통해 간접적이고 제한적인 방식으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보니, 희망지사업의 효과를 다 표현할 수 없어 늘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위) 왼쪽부터 김태현, 김태희, 유명한 씨

(아래) 성내 2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임소형 사무국장




희망지사업이 보다 세심히 살펴야 할 점들


희망지사업이 이들에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희망지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 주민들은 가장 먼저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도시재생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재개발 같은 도시정비사업은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가늠이 되어 서로 교류가 쉽지만, 도시재생은 주민들이 쉽게 정의하기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어 주민 간에 전파와 공감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생소한 사업용어의 사용도 그중 하나다. 대부분 법률에 따른 용어, 행정에서 사용하는 사업 관련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언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안내자료도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민의 눈높이를 고려한다면 지속적으로 개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이해 측면을 너무 고려한 나머지 공식용어가 아닌 변용용어로 전달할 경우 나중에 주민들이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내 관계를 새로이 형성하는 것도 주된 어려움이다.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동네 미래상을 그려가는 과정, 지역의제사업을 실천하는 과정들 속에서 주민 간의 이견이 생기거나 욕구가 충돌할 때 중재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꼈으며, 지역사회에서 도시재생을 준비하는 주민모임이 자리를 잡는 것은 실제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자녀와 함께한 유호진 씨




희망지 이후,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들


2년이 넘는 긴 시간을 함께했던 성내 2동의 희망지사업은 이미 종료되었다. 그러나 희망지사업은 성내 2동에 이미 많은 자산을 남겼다. 가장 큰 자산은 성내 2동의 내일을 생각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직접 도전하는 지역의 자산이 되었다.


성내동 주민 김태현 씨는 희망지 주민모임에 이어 도시재생사업 주민협의체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근래에 성내 2동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참여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기까지 하다. 김태현 씨와 같이 현재 성내 2동 주민자치회 위원 중 희망지에 관여했거나 참여했었던 분들은 약 10명 정도라고 한다.


김태희 씨는 동네에서 청년활동가로, 공유공간 매니저로 일하며 지역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으며, 유명한 씨는 지역주민과 함께  '강동 FM' 이라는 마을 미디어를 통해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소통을 돕고 있다.  유호진, 주혜정, 최재란 씨는 참여하는 지역주민에서 이제는 임시주민협의체 내 보육분과 등에서 주민들의 지역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돕는 인적자원으로 변화했다.


성내 2동 희망지사업 활동가였던 임소형 씨는 성내 2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유서향, 최정희씨는 코디네이터로  그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외에도 성내 2동에는 보다 많은 이들이 성장하고 있다.





'16년 희망지를 함께했던 성내 2동 주민들의 모습




이들이 성내2동에 주는 변화를 살펴보면 꽤 다양하다. 그중에서 희망지에서 만난 이들이 서로 교류하며 새롭게 만든 협동조합 '내일만사'의 실험적 프로젝트는 주목해볼 만하다. 현재 도시재생 분야에서는 도시재생이 지속가능에 대한 단계별 대책으로 도시재생기업(CRC)과 같은  조직이 화두인데, 내일만사는  기존 도시재생기업과는 다른 점이 있다. 구성원들이 희망지라는 재생사업을 매개로 만나기는 했지만, 재생사업의 지속성이나 활성화사업과 연계한 비즈니스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결성된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동네 일을 해결해 보자는 취지로 자발적이고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만사는 현재 공유주방 운영, 마을 잡지 제작, 지역 프로젝트 등을 하고 있는데, 최근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의 작은 연구과제를 활용하여 지역에 변화를 시도했는데,  성내시장 77개 점포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내일만사는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습관을 바꾸는 꼭주머니 : 60일간의 실험’을 시작했다. 일종의 천 가방을 만들어 비닐봉지 대신 사용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고 도장이 모이면 꾸러미 선물을 증정하는 캠페인 성격의 프로젝트이다. 처음에는 미심쩍어했지만,  주민들이 점점 호응하며 이제는 성내시장 점포 중 65개 점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이든 나서는 조직이 동네에 있다는 것은 주민으로서 참으로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희망지'가 이런 사회적 조직의 불씨를 댕기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보며 희망지사업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주민들의 직접적인 움직임 사례도 있다. 주혜정 씨를 비롯하여 어린이들의 보육환경 개선을 고민하고 있는 보육분과 주민들은 ‘20년 창의어린이놀이터 조성 공모'에 신청하였다.  2개월여 뜨거운 노력의 결과,   최종 선정 21곳 중 한 곳에 선정 되었다. 서울시 창의어린이놀이터 조성은 이용자들이 희망하는 놀이터로 개선하기 위해 ‘우리 동네 놀이터를 우리가 바꾸어볼까?’란 제목으로 서울시가 모집한 공모로, 총 69곳 46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앞으로 공모에 신청한 보육분과 주민들을 중심으로 주민운영협의체를 구성하여 전문가와 함께 놀이터 디자인은 물론 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마 내년이면  새롭게 조성된 창의놀이터를 만나게 될 것. 성내 2동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직접 바꿔주고 싶은 주민들의 마음과 실천은 이렇게 아이들이 갖고 싶었던 놀이터가 생기는 마법으로 이어졌다.






(위) 왼쪽부터 주혜정, 최재란, 유명한 씨

(아래) 협동조합 내일만사의 실험. 성내시장 '꼭주머니'




사람의 힘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기대하며


이렇게 우리는 희망지 이후의 성내 2동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물론 인터뷰한 이들이 성내 2동 전체를 대표하는 건 아니겠지만 누구보다 동네를 아끼며 활동하는 이들임을 알 수 있었다. 성내 2동에서 희망지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시재생을 알리고 스스로 움직이고 함께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종료되었다. 이제 이들은 단순히 동네에 사업을 유치해야 좋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동네의 미래상과 함께 우리가 스스로, 혹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한다.


창신·숭인이 도시재생 선도지역에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서울의 주거지 도시재생은 이제 약 7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희망지사업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4년이 되었다.  그 사이 서울형 도시재생이라는 개념도 자리를 잡았다.  그 과정에는 정말 많은 사람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길은 만만찮아 보인다. 생각해보면 도시재생은 우리 사회의 속도와 방향을 초월한 개념이었기에 뿌리 내리기까지는 조금 더 많은 성숙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맥락에서 도시재생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며 한 번쯤은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직 주민들은 도시재생에 대해 잘 모른다고들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서 도시재생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만 39곳이다.


많은 사람이 도시재생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공고한 사회 시스템과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는 점을 혼란스러워할 정도로 성장의 폭도 크다. 우리는 정책과 사업을 실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역 사람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지역 사람들이 단순한 사업 참여자로만 머무를 때,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반대로 사람이 꿈꾸고 움직이는 한, 지역의 미래는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그렇기에 희망지는 앞으로도 동네에서 꿈꾸고 일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키워내고 더 많이 연결하고 더 많이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내 2동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임시주민협의체 보육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혜정 씨의 도시재생에 대한 마음을 함께 나누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도시재생사업이란 단어가 처음에는 참 생소했습니다.
그게 뭘까? 뭘 하려는 거지? 나도 참여할 수 있는 건가?
그러다 차츰 생각해보니 도시재생은 도시에 활기를 넣어주며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동네로 차근차근 변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야 주위 이웃을 돌아보며 소통도 하며 지내왔지만,
지금은 다들 바쁘거나 단절된 아파트에 살아 누가 이웃인지도 모르고
상황에 따라 자주 이사를 하게 되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따듯하고 밝은 기운이 나는 동네에서

자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성내2동에서 자라갈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 일에 참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뭐 더 바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저 숨 쉬는 것조차 힘든 이 경쟁 사회 속에서
아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면
이미 다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뜬구름 같은 말일 수 있지만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도시재생을 함께 하는 저의 마음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주혜정 (성내2동)-





사진_ 김하균(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재생전략팀)

글_강명준(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재생전략팀장)

 ※  2019 vol.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정책 브리프 에 실린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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