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저자, 김정후 박사

2020.07.28 3111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저자,  김정후  박사

"런던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험했으며,  반성하고 실천했다”





도시사회학자 김정후 박사가 끝없이 진화 중인 런던 도시재생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은 책,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와의 10문 10답.


               





Q1.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의 집필 동기는 무엇인가요?
도시재생 분야에서 런던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우선순위로 벤치마킹하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벤치마킹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과정보다는 화려한 결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도시재생의 핵심과 본질을 간과한 채 성공적인 겉모습만을 이식하려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자주 목격합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런던의 도시재생 과정을 밀도 있게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 내고 싶었습니다.









Q2. ‘런던의 도시재생을 크게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2003년에 영국에 와서 런던의 도시재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했고, 현재까지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런던에서 추진된 크고 작은 도시재생 사례의 대부분을 살펴보았고,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별 사례들을 답사하고, 분석하면서 “과연 이것을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과 종종 마주합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측면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런던의 도시재생은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교훈적이라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면에는 실패를 교훈 삼아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Q3.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에서 선정한 10개의 사례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처음 집필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연구한 100여 개 핵심 사례에 대한 목록을 만든 후에 70개, 30개로 줄여나가며, 최종 10개를 확정했습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전체적인 시간의 흐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고, 그에 따른 개념의 발전 과정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첫 번째로 설명한 사우스 뱅크가 런던 도시재생의 본격적인 출발점, 마지막에 설명한 킹스 크로스가 가장 최근의 도시재생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런던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면서 매시기마다 무슨 문제와 마주했고, 어떻게 해법을 찾아나갔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중복된 개념을 가진 사례는 제외했고, 충분히 좋은 사례지만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에 시기상조인 경우도 제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최종 선정한 10개의 사례는 시기적으로나 개념적으로 대표성을 갖는다 할 수 있습니다.



Q4.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사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책이 더욱 특별합니다. 사진은 직접 촬영하신 건가요?
네. 이번 책에는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 100장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에 소개한 장소들은 지난 20년 동안 답사, 연구, 강연, 행사, 인터뷰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적게는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 방문한 곳들입니다. 그때마다 사진을 촬영했고, 집필을 모두 마친 후에도 설명의 정확한 시각적 이해를 위해 몇 차례에 걸쳐 추가 촬영을 했습니다. 사진을 촬영하고, 선정하면서 가졌던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이 있습니다. ‘가능한 해당 장소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을 담자.’ 건물과 공간의 추상적인 모습보다 도시재생을 통해 탈바꿈한 일상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장소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생활하고, 머무르고, 즐기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는 사람들이 한껏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모습의 사진이 많은 편입니다.






런던시청




Q5. 본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이 공공공간, 보행 중심 그리고 시민이라고 하셨는데?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무척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위치, 규모, 기능, 역할, 성격 등 여러 면에서 다른 10개의 프로젝트들을 분석하고 설명했습니다. 특정한 표현이나 단어를 의식하지 않았는데, 집필을 모두 마친 후에 살펴보니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쇠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런던의 도시재생이 일관되게 추구한 공통적 가치임을 의미합니다. 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이지만 쇠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결같이, 높은 수준의 공공공간을 조성하고, 걷기 좋은 장소를 디자인하고, 활성화의 중심에 시민을 두었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큽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은 어떠한지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이지만

쇠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결같이,

높은 수준의 공공공간을 조성하고, 걷기 좋은 장소를 디자인하고,

활성화의 중심에 시민을 두었습니다."




Q6.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신다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사례는 ‘테이트 모던’일 것입니다. 2000년에 완공된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방문객 수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현대 미술관으로 발돋움했는데 이는 전후무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테이트 모던을 언급하면서 “영국 중앙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잘못된 설명,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개조하여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건축에 국한된 피상적인 설명이 현재까지도 난무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도 이렇게 해보자”는 단순한 주장도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방치된 화력발전소 건물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현대 미술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는지와 현재 이 건물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입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테이트 재단이 접목한 창의적, 혁신적 프로그램과 운영 방식이 얼마나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사랑받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들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테이트 모던




킹스 크로스도 좋은 사례입니다. 킹스 크로스는 8만여 평의 부지에 두 개의 대형 기차역사를 포함해 여러 개의 사업들이 어우러지고, 시간적으로도 30년이 넘게 추진 중입니다. 두드러진 한 두 개의 사례를 가지고 킹스 크로스를 이해하는 것은 핵심에서 크게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초기 출발에서부터 현재까지 단계적으로 어떤 현안들이 대두되었고, 어떤 협의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결과물이 탄생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를 제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시민 참여, 공공공간 조성, 산업유산 재활용, 보행환경 개선, 혁신산업 유치, 주상복합개발 등 21세기 도시가 공통적으로 마주한 화두들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전개되는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즉, 킹스 크로스는 하나의 마스터플랜 하에 단기간에 성취한 결과가 아니라 전문가들과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의 산물임을 강조했습니다. 


킹스 크로스




Q7.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도 인상적입니다.
이번 책에서 설명한 10개 사례들의 현재 모습만 본다면 모두 화려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강조한 바는 이러한 성과물을 낳기까지 상당한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사우스 뱅크’는 템스강변에 다양한 문화예술시설이 밀집하여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문화예술지구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이 일대에 야심차게 건립한 로얄 페스티벌 홀, 퀸 엘리자베스 홀, 퍼셀 룸, 헤이워드 갤러리 등은 처음의 기대와 달리 한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주변 일대의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분석과 논의를 거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한 끝에 공공공간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협력해 다양한 활성화 프로그램을 접목했습니다. 즉, 문제를 개선한 후에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동하지 못한 하드웨어에 온기를 불어 넣은 것입니다.





사우스 뱅크




전형적인 주상복합 공동주택으로서 건립된 ‘브런즈윅 센터’는 영국이 자랑하는 브루탈리즘을 접목하여 저층고밀형 공동주택을 추구했지만 초기의 이상적인 개념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함으로써 지역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저소득층 주거지로 전락했고, 오히려 주변 일대의 쇠퇴를 부추기는 악영향까지 낳았습니다. 무관심 속에 철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브런즈윅 센터는 기존의 장점을 최대한 되살리면서 ‘개방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해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모두 사랑하는 장소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는 쇠퇴를 야기한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합당한 처방을 내리는 도시재생의 교과서적인 접근법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브런즈윅 센터





‘파터노스터 광장’은 한 마디로 드라마틱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완전히 파괴된 세인트 폴 대성당 주변을 재개발했으나, 역사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완성된 광장 일대는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급속히 쇠퇴하는 초유의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오랜 비판과 논의 끝에 놀랍게도 새로 건립된 건물의 대부분을 철거하고, ‘조화로움’과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어 다시 광장 일대를 계획했습니다. 전후 재건사업 비용, 재철거 비용 그리고 다시 조성하는데 투입된 비용을 합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영국 도시계획 역사상 가장 큰 실패 사례라 할 수 있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과 이를 토대로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현재의 모습은 과거의 실수를 상쇄할 만큼 충분히 값지고 빛납니다.





파터노스터 광장




Q8. 이번 책의 부제로 사용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재생이라는 개념도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책에서 설명한 10개의 사례 중에서 사우스 뱅크, 테이트 모던, 샤드 템스, 올드 스피탈 필즈 마켓, 브런즈윅 센터, 런던 브리지역, 킹스 크로스 등 7개의 사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기존 건물과 공간을 리노베이션하여 다각도로 재활용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고, 해당 장소가 지닌 역사를 보호하면서 새롭게 요구되는 기능을 접목하여 과거와 현재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도록 한 것입니다. 도시재생을 통해 여러 세대가 함께 기억하고 향유하는 장소가 많이 만들어진 도시야말로 바람직한 도시 발전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런던 브리지역




"정도와 양상의 차이가 있을 뿐모든 도시는 쇠퇴를 피할 수 없고,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런던이 쇠퇴를 해결하기 위하여 펼친 일련의 정책과 방법론은

다른 도시에도 충분히 접목 가능합니다."




Q9. 런던의 도시재생 이야기가 서울은 물론, 여타 지방 도시와 거리가 멀다 생각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산업혁명의 출발지이며 그 결과로 등장은 대도시인 런던은 필연적으로 도시재생의 출발지이기도 합니다. 20세기 후반에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곳곳에 등장한 쇠퇴는 런던이 살기 좋은 도시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정도와 양상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도시는 쇠퇴를 피할 수 없고,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런던이 쇠퇴를 해결하기 위하여 펼친 일련의 정책과 방법론은 다른 도시에도 충분히 접목 가능합니다. 런던이 앞서 갔으니 그 뒤를 따르자는 것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런던이 도시재생을 시행하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혹은 발생할 수 있는지를 학습하여 예방하고, 나아가 유사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입니다. 지혜와 영감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저는 런던의 도시재생 이야기가 우리와 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런던의 도시재생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포괄적인 쇠퇴가 진행 중이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찾아서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지만, 만약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다릅니다. 쇠퇴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를 분석해 이를 해결함으로써 탄탄한 토대를 구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얼마나 빠르게 많이 앞으로 나아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탄탄한 기초를 다지면 나아가는지가 중요합니다. 오류를 수정하며 다져진 탄탄한 토대가 마련되면 그때부터는 개별 사업마다 탄력을 받으며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런던의 도시재생을 통해 강조한 바람직한 ‘도시의 진화’입니다.  



김정후 박사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 런던대학(CITY) 문화경제학과에서 유럽과 아시아 도시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를 한다. 영국과 한국에서 제이에치케이 도시건축정책연구소(JURL)를 운영하며 자치단체, 연구기관, 기업과 다양하게 협업하고 있다. 현재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도시재생추진단장이자, 국제 도시재생 심포지엄 위원장. 현대카드가 후원하는 도시재생 사회공헌 연구의 전체 책임을 맡아 진행 중이고, 영등포 대선제분과 부산 알티비피얼라이언스 도시재생사업을 자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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