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문화기획자 오진이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재생과 문화예술이 만나는 법

2020.07.29 3897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재생과 문화예술이 만나는 법





오진이 前서울문화재단 전문위원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라고 꼽히는 곳들도 코로나19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도시재생이 꿈꾸던 도시의 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거리엔 오가는 사람들이 줄었고, 문을 연 곳보다 문을 닫은 곳이 더 많다. 팬데믹 시대에 도시재생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앞으로 30년 잘 사는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도시재생 사업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 그동안 도시재생의 파트너로 함께 해 온 문화예술을 앞으로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120년 전, 니체가 ‘자기 자신을 경멸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가장 경멸스러운 사람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말을 기억한다.

2017년 도시재생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지속가능성은 상실한 채 일회적으로, 획일적으로 실행해 온 도시재생 사업 전반에서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할 시간이 아닌지 자문해 본다. 말로는 혹은 문서로는 도시재생이 일방적 개발 논리의 도시개발과는 전혀 다른, 지역의 고유성을 지키면서 지역주민들의 삶을 존중하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 그랬던가? 문화중심의 지역 재생 접근에서도 주민참여를 독려하고 거버넌스를 구성해 협치 시스템을 실천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주민들은 도구와 수단으로 남아있지 않았는가? 도시재생의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해 온 문화예술의 역할 또한 견고하게 세워진 도시재생 계획 안에서 장식처럼 포장처럼 기능하진 않았는지? 문화기획자나 예술가 또한 지역과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이나 이해 없이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해 오진 않았는지? 공공에서는 성과 중심에 사로잡혀 겉보기만 그럴듯한 실적 부풀리기에 현혹되지는 않았는지? 지금은 도시재생 전반 속 자기 역할에 대한 경멸의 반성 시간이 요구된다.



"일회적으로, 획일적으로 실행해 온

도시재생 사업 전반에서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할 시간이 아닌지? "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다시 120년 전 니체의 글을 옮겨 본다. ‘극장이나 미술관처럼 거대하고 훌륭한 시설을 끊임없이 만든다고 하여 보다 큰 문화가 속속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도구나 기술을 다채롭게 갖출수록 풍요로운 문화의 조건과 기초가 쌓이는 것도 아니다, 문화를 낳은 것은 마음이다, 그런데 현대 관료나 상인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문화를 발전시킬 수단이라 불리는 것을 꺼내 들며 오히려 문화를 괴멸시킬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비록 지금 시대가 이러하지만. 문화의 본질이 사물과 수단이라 여기는 사고방식에 대하여 우리는 강하게 저항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일진대 사람을 움직이는 마음을 간과하고 그동안 ‘돈’을 쏟아부어 도시재생 지역 내 공동체 문화가 오히려 사라지고 반목하는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이제 사람의 ‘마음’, ‘마음’이 중요하다. 1985년 유럽연합 문화부장관회의에서 제안된 유럽문화도시 제도도 초기에는 유럽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문화관광을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로 출발했지만 2015년부터는 도시의 문화비전을 세우고 시민의 문화 참여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도시문화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몇 가지 의견을 제안해 본다.

첫 번째, 도시재생이 도시의 잠재된 자원을 발굴하고 새롭게 가치를 만들어 내듯이 그 지역 내 사람들의 잠재 역량을 끌어내고 살아가는데 서로가 지켜야 할 약속을 만드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문화기획자나 예술가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느 날 문득 떨어지는 도시재생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 100년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 집값에 연연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하는지 주민들의 고민과 상상이 담긴 도시재생정책과 사업계획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선 방향성과 시민잠재력을 끌어내고 시민과 민간주체들과 함께 시민력을 함께 만들어가는 철학 감독, 혹은 예술감독, 기획 감독의 역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주민들의 고민과 상상이 담긴

도시재생정책과 사업계획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획일적이고 뻔한 예술적 접근이 아니라 지역마다 다 다른 예술 활동, 예술적 도전이 필요하다. 동네마다 벽화 그리고, 주민들 사진 찍어 전시하고, 안내자로 교육해 동네 투어를 하더라도 일련의 활동들이 가슴 뛰는 도시재생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스태프는 끊임없이 자발성을 동기부여해야 한다. 누구의 기준으로도 완성도가 낮다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 일이다. 특히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서로 이름을 알고 나니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니 친구가 되는 소중한 상호 돌봄의 경험이 도시재생의 자산이 된다.


2018년 창신동 마을해설사와 함께 마을투어를 하고 있다



세 번째, 예산을 쥐고 있는 공공에서는 뒤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2004년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해 하이서울페스티벌을 하면서 의문이 들었다. 왜 이 축제는 고생고생하면서 욕만 먹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관 주도 중심 축제의 부정적 이미지 해소에 대한 연구’라는 석사 논문을 썼다. 해소 방법은 관은 판만 벌이고 민간 파트너들이 맘껏 기량을 펼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량이 탁월한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결과물의 품격을 높이고, 시민을 비롯한 보다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도시재생사업도 다르지 않다. 

비대면사회 속에서도 대면사회 이상의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앞선 칼럼에서 모종린교수가 도시재생 대상지가 기존의 낙후지에서 생활권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을 했듯이 이제 도시재생의 컨셉은 생활권에서 나누는 일상 속 ‘마음’이다. 도시계획이나 도시재생 영역에 있어서 사람 ‘마음’의 고통과 기쁨을 헤아리고 공감을 통해 감동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마음을 뒤흔드는 질문과 행동을 일삼는 문화예술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진이 PROFILE

사람, 공간, 도시에 관심이 많고

사람을 더 사람답게 만드는 공간, 그리고

도시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예술가와 예술 활동을 매개하고 있다.


 現   프리랜서 문화기획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비상임 이사 

 前  서울문화재단   전문위원 (2018-2020)

        시민문화본부장 (2016-2018)

        경영기획본부장(2012- 2015)

        창의예술센터장 (201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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