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준배 (유진도시건축연구소) - 집수리 전성시대

2020.09.03 1483





집수리 전성시대



조준배  (유진도시건축연구소)


고도성장 개발 시대, 철거에 의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최고의 주거 문제 해결사였을 때 대부분의 저층 주거지는 재개발·재건축의 대상지이거나 예정지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수리는 재개발·재건축을 위한 버티기 수단과 같은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민간 주도로 추진된 정비사업은 주거지가 아무리 노후화 되어도 사업성이 없으면 정비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러한 민간 주도 정비사업에서 제외된 대상지는 최소한의 집수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공공의 지원보다는 민간의 자발적 지원으로 일부만이 이루어질 뿐이었다. 


저성장과 저출산의 도시재생 시대에 들어서면서, 외곽 개발과 신축에 의존하던 주거지는 뉴타운 사업과 같은 철거에 의한 대규모 정비사업이 장기화되거나, 해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쇠퇴하고 노후화 된 저층 주거지에는 도시재생 뉴딜과 함께 기존의 도시조직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 시작되었다. 






대규모 개발에서 소규모 개발로, 주거재생의 패러다임 전환 


주거지 재생은 주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개발에서 소규모 개발로 개발 패러다임을 서서히 전환 중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공공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주거복지 차원의 주거급여와 함께 도시재생의 집수리를 공공의 지원에 포함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새뜰사업은 집 내부까지 공공지원에 포함되었지만 최소한의 집수리 예산만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반적인 도시재생의 집수리 사업는 집 외관만 지원에 포함되어 경관 사업에 가까운 집수리이다. 그래서 공공에서의 집수리 사업은 아직도 재생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개인 또는 민간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민간영역에서는 저층 주거지에 대한 관심과 함께 스스로 고치며 사는 집수리 문화에 대한 도시 재생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저성장과 저출산, 고령화에 의한 축소도시 시대에 빈집의 급속한 증가와 기후변화의 급격한 진전은 집수리의 새로운 변수로 다가온다. 






바야흐로 집수리 전성시대 


선도적인 공공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정비사업은 사업성이 미비하고, 제도적 정비 등 건설계의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진행 중에 있어, 아직은 활성화를 위한 준비단계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층 주거지의 주거재생에서 집수리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집수리는 주거재생에서 물리적인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며, 보편적인 집수리 지원뿐 아니라 집수리가 보편적 문화가 되도록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집수리만으로 물리적 주거환경이 개선된다는 건 아니다. 여기에 신축 수요를 담당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바야흐로 집수리 전성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보편적 집수리를 향해 갈 길은 아직 멀다. 집수리를 개인적 영역으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새뜰사업 같은 예외적인 경우만 인정될 뿐이다. 그러나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영역이 주거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공공이 지원하는 집수리는 탄소 저감 정책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일환으로 가장 효과적이다. 이제 집수리는 보편적 주거복지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집수리가 주거복지 차원의 주거급여와 저소득층 대상이었다면 이제부터의 집수리는 일반인들의 집수리까지 확대되는 '보편적 주거복지로서의 집수리'가 되어야 한다.






 저소득층의 집수리에서,  보편적 주거복지 집수리로   


저층주거지는 건강한 주거지를 위한 다양한 거주 형태의 저장고이다. 이는 다양한 계층을 위한 적절한 주택을 제공하며 거주민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적 주거복지 차원에서의 집수리는 이러한 저층 주거지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골목길과 공동체의 문화를 유지 발전시키며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보편적 주거복지 차원의 집수리에 접근하려면 많은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다양한 집수리에 대한 공공의 지원을 통합하거나 패키지화해야 한다. 즉, 주민의 입장에서 중복을 피해서 사업들을 다양하게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각 사업의 명분과 사업의 특성에 따른 일정 등을 일괄 통합할 수는 없다. 하나의 사업으로 일방적인 통합이 아니라 협의를 통한 다양한 결합이 가능한 방안에 대해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보편적 집수리의 선도적 사례, 서울가꿈주택사업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가꿈주택 사업과 서울가꿈주택 사업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골목길 정비사업은 주거재생에서 이루어낸 가장 선도적인 집수리 성과로 매우 중요한 한 걸음이라 할 수 있다. 가꿈주택의 개별적 집수리와 골목길 정비사업의 결합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주거재생에 있어 집수리를 통한 주민 체감도가 가장 높으며 골목 사업을 통해서는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다른 어떤 재생사업보다 효율적인 사업이며 가성비 높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의 가꿈주택 사업은 집의 내외부 관계없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이러한 서울시의 집수리에 대한 진전은 보편적 주거복지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가꿈주택사업으로 변화를 맞은 성북구 장위동 감나무골목




이러한 의미에서,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주택사업단의 노력은 주거재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소규모 정비사업이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 기초지자체에서는 주거복지 차원의 집수리 접근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도적 사례는 기초 지자체의 집수리 사업 전성시대를 열기 위한 매우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또한 개별 집수리와 골목길 정비사업의 결합은 국토부에서도 관심이 많으며 곧 시범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보편적 집수리에 대한 근거와 사례 만드는 서울시와 주택사업단의 선도적 역할에 기대를 건다. 






Profile_조준배

소속   유진도시건축연구소 본부장 

학력   프랑스 파리1대학 예술철학 박사과정 수료(D.E.A.)

           프랑스 국립건축 파리1대학 건축학과 건축이론 및 미학 석사(C.E.E.A.) 

           프랑스 국립건축 파리6대학 건축학과 학부(D.P.L.G.) 

경력   2019.07 ~ 현재   전주시 지역재생 총괄계획가 

           2019.01 ~ 현재   유진도시건축연구소 본부장 

           2015.01 ~ 2019.01 SH공사 재생본부 재생사업기획처

           2010.09 ~ 2015.01 영주시 디자인 관리단장(총괄 건축가)

           2010.09 ~ 2015.01 (주)앤드 aandd 건축사사무소 소장 

           2007.10 ~ 2010.08 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