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신원 대표(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서울의 세계화, 탈산업화, 그리고 골목길의 변화

2020.09.29 1201


 

<을지로의 독특한 카페>





서울의 세계화, 탈산업화, 그리고 골목길의 변화





경신원 대표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서울의 낡고 오래된 골목길에 재미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무렵 홍대에서 시작된 골목길의 변화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는 서울이 지난 50년 동안 경험한 압축된 양적 성장과 2000년대 이후부터 급격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탈산업화 Post-industrialization, 그리고 세계화 Globalization와 관련이 있다. 



서울의 산업구조는 제조업 분야에서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창조산업과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있다. 탈산업화 시대에 등장한 밀레니얼은 ‘한강의 기적’과 강남 개발의 신화를 경험한 그들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밀레니얼은 자기 개성과 취향이 뚜렷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재를 살아간다. 그들은 대중적으로 지지를 받는 주류가 아닌 독특한 개성의 비주류에 열광하며, 강남 개발로 외면받던 강북의 낡고 좁은 골목들을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그들은 안정된 직장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기존 세대와 달리, '워라벨 work life balance'를 추구하며, 자신이 꿈꾸는 ‘내 스타일’의 사업에 도전한다. 



서울의 골목길에 나타난 변화를 이끈 직접적인 행위자인 새로운 소상공인들도 탈산업화 시대의 새로운 계층이다. 이들은 대부분 제한된 경제적 자본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소규모의 사업을 시작했다. 높은 교육 수준과 다양한 경력, 풍부한 해외 경험을 가진 문화자본가인 새로운 소상공인들은 기존의 소상공인들과 차별화된 상업 활동을 한다. 이들은 자유롭게 해외를 오가며, 외국어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엘리트 계층이다. 해외에 자신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외국인과 소통하며, 사회적, 문화적 자본을 획득한 계층이다. 



경제적 이익 혹은 성공을 가장 우선시하는 기성세대들이나 기존의 소상공인들과 달리 새로운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 있는 삶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존의 소상공인들과 차별화된다. 또한 새로운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상업적 활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함으로써 이들의 활동을 지속시키는 새로운 소비자들과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적인 네트워크의 형성과 유지 또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있는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골목길에 나타난 변화가 유지되는 것은 독특하고 질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소상공인들뿐 아니라 이들이 생산한 상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소비자 계층은 새로운 소상공인 계층과 유사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이들 역시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청년층으로, 자신들이 해외에서 즐겼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생활을 서울에서 재현하려는 동기와 욕구를 지닌 우리 사회의 새로운 계층이다.  



이들은 기존의 사회 통념이나 제도 그리고 가치관을 부정하고 사회의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진보적이고 보헤미안적이며, 일반 중산 계층과는 달리 쇠퇴한 구도심에서의 스타일이 있는 삶을 추구한다. 또한 상상력과 열정, 그리고 창조자본을 토대로 한 창조 계층으로 산업사회의 거점 지역을 벗어나 탈산업사회에 그들만의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 서울이라는 도시에 나타난 장소성의 변화는 피에르 부르디외가 이야기한 문화자본과 사회관계자본을 소유함으로써 일반 대중들과 구별되는, 새로운 행위자에 의한 ‘장소에 대한 초국가적 실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신원 대표 PROFILE

    소속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대표)

    학력   영국 버밍엄대학교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경력    2020년 ~ 현    재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대학원 비전임교수

               2018년 ~ 현    재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대표

              2014년 ~ 현    재    MIT RCHI research team 

               2016년 ~ 2018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비전임교수

               2014년 ~ 2015년   MIT SPURS Fellow

               2010년 ~ 2014년   Urban Institute - Visiting Fellow 겸 Consul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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