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난곡·난향 이성찬 센터장_도시재생은 시민의 삶을 재구조화하는 것

2020.10.05 1710

관악산 자락 골짜기마다 난(蘭)이 피어 난곡·난향이다. 이 난곡·난향의 도시재생 현장을 이끌고 있는 이성찬 센터장. 사무국장에서 센터장으로 이제 막 자리에 오른 그에게 현장지원센터의 역할과 지역의 도시재생 비전에 대해 물었다.









난곡·난향 도시재생지원센터 이성찬 센터장
도시재생은 시민의 삶을 재구조화하는 것  
  




난곡난향은… 2016 희망지를 거쳐 2018년 서울형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일반근린형)에 선정되었다. 같은 해 9월, 국토부 도시재생뉴딜사업(주거지지원형)에 선정되어 총 250억 원의 마중물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현장센터가 매개가 되어 주민과 행정이 함께 지역 의제와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여 수립한 난곡난향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이 작년 11월 고시되어, 현재 사업을 실행 중에 있다.




Q. 간략한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관악구에서 27년 살면서 청년 권익을 위한 시민사회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 2013년부터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있었는데, 센터의 지원 사업에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 도시재생과 관련된 일이 제법 많았다. 창신·숭인 지역의 ‘한다리중개소’를 비롯해 장위동 환경개선 사업 등을 지원하면서 도시재생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8년 8월부터 난곡난향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일을 했고, 올해 9월 센터장이 되었다. 



 Q. 사무국장에서 센터장이 된 첫 사례이다. 달라진 점이 있나?
사무국장일 때는 기술적으로 사업을 실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센터장은 주민에게 사업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가령 문화활성화사업이라고 하면, 도시재생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이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주민이 지닌 문화 역량을 지역에 안착시키는 것까지 과제화하여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누구와 협업하고 협의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 주민이 도시재생사업의 주체로 자리 잡으려면 현장지원센터가 주민이 원하는 것을 이슈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이러저런 고민의 폭이 넓어졌다.










Q. 지난 2년간 현장지원센터 내부적으로 이룬 발전은 무엇인가?
처음 현장센터 사무국장으로 왔을 때, 현장지원센터 자체가 하나의 조직으로서 주체가 되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어느 사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도시재생사업도 각 주체인 주민, 센터, 구청(지자체)이 ‘하나의 조직’으로 구성돼야 더 강한 동력을 갖게 된다. 현장센터에서는 조직을 구성할 때 장애가 되는 것이 현장지원센터 인력의 용역 구조다. 센터장과 사무국장은 서울시에서 위촉하고(올해부터 서울도시재생지원센터 소속으로 바뀌었다), 코디네이터는 4대 보험을 보장하기 위해 활성화계획 수립 용역과 공동체 용역을 맡은 용역사에서 채용하는 형태다. 그러다 보니, 센터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이 없다. 당연히 센터가 하나의 조직으로 운영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난곡난향 현장센터는 용역 회사(컨소시엄)와 협의하여 예산과 인사권을 이양받았다.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센터 운영과 사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Q. 어느 도시재생 현장에나 주민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주민과 협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쉬운 일이 아닌데, 난곡·난향 현장지원센터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구청, 주민, 센터 각 구성원 모두에게 비전을 공유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대외 메시지를 관리했다. 우리는 센터의 대외 메시지 관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사무국장이든 코디네이터든 주민과 이야기할 때는 개인 의견이 아닌, 센터에서 협의한 사항만 전하게 했다. 이와 함께 주민 갈등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사업 이슈에만 집중했다. 갈등 이슈에 집착하기보다는 다른 사업 아젠다를 제시하고 풀어가려고 했다. 센터장 임용에서 이런 면들을 높게 평가했던 것 같다.



Q.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발견한 난곡·난향 지역의 특성은?
동네에 오래 사신 분들이 많아서 주민들 간 정이 끈끈하고 골목길 정취가 남아 있는 지역이다. 또 소비가 적고 상권도 쇠퇴했지만 사회적경제에 대한 역량과 의지가 있는 이들이 제법 많다. 덕분에 이미 3개의 예비사회적기업이 만들어졌다. 교육공동체인 ‘우리자리사회적협동조합’, 핸드메이드 수업과 작품을 판매하는 ‘작업공감협동조합’, 길고양이를 돌보는 ‘마을과 고양이’가 그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인적 자원이 도시재생사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협의체  주민들의 반찬 봉사 활동(왼쪽)과 비가 많았던 지난 여름, 축대 안전 점검 현장(오른쪽)  





Q. 최종고시된 난곡·난향의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곡·난향은 전형적인 저층 주거지로 오랫동안 상권이 정체된 상태다. 주민협의체를 조직하고 여러 차례 회의와 워크숍을 거쳐 모인 의견은 ‘지역에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스마트 공영주차장 건설, 골목길 보행환경 조성, 안전안심마을 등 주민체감형 시설과 환경을 정비하는 사업을 한 개 축으로 세웠다. 그 다음은 공동체 문화 활성화다. 이를 위해 주민 역량 강화 지원사업과 주민공동이용시설 건립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지막 축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문화와 사회적경제 사업이다. 특히 난곡·난향 지역 문화를 발굴하여 브랜딩할 계획이다. 인프라, 사람, 경제‧문화를 축으로 총 9개의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Q. 활성화 계획에 지역 브랜딩이 포함된 것이 이례적이다
마중물 사업이 끝나고 현장센터가 사라진 이후에 주민이 자체적으로 도시재생을 활성화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마을관리협동조합, 지역관리기업, 지역관리형 CRC를 만들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할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찾은 답이 ‘지역 브랜딩(Branding)’이다. 문화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6~7곳을 다니면서 자문을 구했다. 현재 ‘커뮤니티 디자인 연구소’라는 지역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문화사업을 발굴하고, 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Q. 현재 난곡·난향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중점적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건 도시재생사업추진협의회 운영이다. 주민공동이용시설 설립을 예로 들어 보자. 이 한 가지 사업만으로도 건축설계 용역사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 주민 이해당사자, 주민협의체, 행정을 담당하는 구청 관계자,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의 의견이 모두 모여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주체들과 협의하면서 사업 진행 설계안을 만들기 위한 협의회를 운영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난곡·난향 현장지원센터 전문수 팀장, 이성찬 센터장, 김숙희 코디네이터, 현은주 코디네이터 




Q. 도시재생 활성화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나
우리는 활성화 계획안을 제출하고 고시가 되기 전까지 수정이 가능하다는 걸 몰랐다. 고시가 예정보다 9개월이나 지연됐다. 그동안 각 사업별로 비전과 역할을 구체화해 수정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도시재생사업 단계별로 과업지시서 표준안이 있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광역센터 차원에서 이런 자료들을 아카이빙하여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Q. 난곡·난향 도시재생사업의 비전에 대해 말해달라
저층 주거지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이 스스로 관리하는 하나의 모델’로 자리매김되고 싶다. 난곡·난향에는 이미 주민협의체를 포함한 다양한 주민 모임과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있고, 오랫동안 자리 잡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있다. 다양한 형태로 주민이 힘을 모아 지역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례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성과 사례들을 만들어 좋은 모델이 되고자 한다. 난곡·난향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가 만든 법인이 구청과 협치하는 등 새로운 컨소시엄이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







"시민의 삶을 재구조화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도시재생."




Q. 마지막 질문이다. 도시재생사업 현장에 있는 당신이 생각하는 도시재생이란?
우리는 그동안 ‘1~2시간씩 걸려 출퇴근하고 야근하면서 300만 원을 버는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200만 원을 벌더라도 자전거로 오가는 지역에서 자기 시간이 있는 삶’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도시에서의 시민의 삶을 재구조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 협치라고 생각한다. 이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 도시재생 아닐까.



글 | 원영인(빈빈)
사진 촬영 | 이현실(일오스튜디오)
사진 제공 | 난곡·난향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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