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경아 오가든스 대표 - 낙후되고 버려진 도시의 자투리 땅에서 답을 찾다

2021.03.25 1427

 



낙후되고 버려진 도시의 자투리 땅에서 답을 찾다

도시의 숨통,  초록의 징검다리 통로 만들기




오경아 가든디자이너, 작가




도시재생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옛도시들의 가장 큰 숙제임에 틀림없다. 새롭게 계획되는 신도시와 달리 수 천 혹은 수 백년의 역사를 안고 있는 도시를 오늘날에 맞게 다시 회생시킨다는 것은 말로만 표현해도 쉬울 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이 옛도시의 재생 프로젝트에 집단두뇌가 총동원되고, 실패 속에 다시 재도전을 한다. 이 범주 속에 600년 조선의 도읍지였던 서울과 우리나라의 다른 지방 옛도시도 같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각나라의 노력들 중에 가장 떠오르는 재생프로젝트는 바로 도시를 관통하는 초록의 공간을 이어주기. 이른바 ‘그린 통로 만들기 프로젝트Urban Green corridor project’다.





재생 프로젝트, 그린 통로 만들기


초록의 통로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초록공간을 서로 이어준다는 의미로, 예를 들면 시장이 형성된 자리에 남아 있는 공터정원Market garden, 치료를 위한 식물을 키웠던 공간Therapeutic garden, 전통주택정원 Historical domestic garden, 식물을 파는 상업꽃시장 plant nursery, 골목길 정원street garden, 모퉁이정원Pocket garden, 옥상정원rooftop garden, 도로 주변의 화단 road conservation, 인도와 함께 하는 화단sidewalk garden, 지역주민이 함께 만드는 지역공동체정원 community garden, 상업공간 혹은 국가가 소유한 대지에 만들어지는 공공정원 등을 모두 포함해 도시 속에 마치 거미줄과 같은 그린 네트워크를 만들어준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이런 개방된 초록 공간들이 도시 전체를 징검다리처럼 끊기지 않고 이어 마치 혈관의 피가 돌듯이 초록의 공간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밀집된 도시 환경 속에서 과연 이 개방된 초록의 공간을 많이 만들 방법이 있을까? 도저히 그런 땅을 찾을 수 없을 듯하지만 의외로 이 문제의 답은 낙후되고 버려진 도시의 자투리 땅이 그 답을 준다.



실 우리가 잘 아는 지역공동체, 커뮤니티 정원도 도시의 폐허가 만들어낸 정원이었다. 세계대전 당시 폭격에 무너진 건물의 잔재를 치우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 지역주민 스스로 만들어낸 이 공동텃밭정원은 ‘빅토리 정원’이란 이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기아를 이겨내게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차츰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이 공동체 정원은 요즘들어 도시화가 급속화되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채소 재배에 들어가는 지나친 화학제의 사용과 맛이 없어진 채소, 스스로 먹을 거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결핍 등의 문제가 떠오르면서 또 다른 의미의 생존 승리를 위한 ‘지역공동체 승리 정원’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과 공동텃밭정원, 영국의 사례 


도시의 재생과 이 텃밭정원이 멋지게 성공한 최근 사례는 영국 런던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런던 시는 도시 전체에 2012개의 텃밭을 만들어 런던시민들이 자유롭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우선, 공동체 텃밭을 만들 수 있는 장소를 시민들 스스로 찾아 올리게 했고, 현장 답사를 하고, 텃밭을 실재로 만들 수 있도록 재원과 디자이너, 시공자을 투입했고, 주민들이 텃밭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도록 교육시켰다.



그리고 이 계획은 예측했던 것보다 많은 환호 속에2012개를 넘어 2564개의 텃밭을 런던에 만드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결론적으로 쓰레기가 버려지고,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음산한 장소가 텃밭이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버스 정류장 근처 텃밭에서 채소판매가 이뤄지고, 수십년을 살아도 얼굴을 몰랐던 이웃이 함께 바베큐 파티를 즐기고, 늘 사먹는 요리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요리 레시피를 나누는 사회적만남이 이 텃밭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1인당 국민이 소유한 정원의 면적이 가장 넓다는 영국도 정원의 면적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절대적 면적은 줄었어도 다양한 형태의 그린 스페이스는 2006년 5만 여 개에서 지금은 약 33만개로 늘어났다. 모순이지만 면적은 줄었지만 그린스페이스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크게 더 늘어난 셈이다. 결국 문제는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초록공간이 있느냐로 귀결이 된다. 




서울도시재생 활성화지역 사당4동 주민들이 마을정원을 가꾸고 있는 모습




우리는 무엇을 더 사랑하는가? 


요즘도 가끔 우리나라 뉴스에서 도시 속에 축구장 몇 십배 크기의 공원과 수십만평의 국가적 정원을 만들었다는 홍보를 보곤한다. 이럴 때마다 기뻐할 일이지만 뭔가 아쉬움이 앞선다. 고립된 곳에 존재하는 거대한 공원이 아니라, 실재 우리의 일상 삶 속에 아주 가까이 이 초록의 공간이 더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맘 먹고 가야하는 놀이공원의 개념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채소를 기르고, 버스 정류장 옆에 피어난 초본식물의 꽃향기를 맡고, 걸어가며 수시로 만나게 되는 작은 포켓 가든들이 우리를 걷게 하고, 도시를 살아갈만한 곳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국 신문에 실린 특집 제목이었다 “진심으로 런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앞정원보다 차를 더 사랑하는가?” 주차를 한 대 더 하기 위해 정원을 없애고 블럭 포장을 하는 현상을 말하고 있었다. 파리, 베니스, 피렌체, 마라케시, 보스톤, 퀘벡 등은 전세계인들이 가장 걷고 싶은 도시로 선정한 곳이다. 물론 문화유산이 거리에 늘어선 탓도 있지만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도로와 주차장을 더이상 늘리지 않고, 먼거리에 주차를 하고, 대중교통을 통해 도시로 진입하고, 대신 도시 곳곳에 걸을 수 있는 길과 초록의 포켓 가든을 열심히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누구라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도시가 된 셈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위해, 그곳에 사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더 사랑해야할까? 영국 신문 기사 제목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야할 듯 하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더 사랑하는지?”






오경아 Profile

방송작가 출신으로, 2005년부터 영국 에식스 대학교에서 7년 동안 조경학을 공부하며, 정원 디자인과 가드닝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들을 전해 왔다. 정원을 잘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식물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것을 깨닫고 세계 최고의 식물원인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의 인턴 정원사로 1년 간 일했다.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정원 설계회사 오가든스를 설립하고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며, 속초에 자리한 ‘오경아의 정원학교’를 통해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도 알기 쉽게 가드닝과 가든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강좌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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