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양대 도시대학원 구자훈 교수_ 서울 도시재생 정책, 3+5를 말하다

2021.09.29 3467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구자훈 교수

서울 도시재생 정책, 3+5를 말하다



도시재생과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서울시 1단계 도시재생 사업의 법적,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한 구자훈 교수가 지난 7년간 진행된 1단계 도시재생을 돌아보았다. 




※ 서울 도시재생 근린재생형 1단계 지역은 2014, 2015년에 지정된 창신숭인, 가리봉, 해방촌, 성수동, 장위, 신촌동, 상도4동, 암사동 8개소이다. 이 중 3개소는 국토부 도시재생 선도지역 및 일반지역으로, 5개소는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으로 진행되었다.




현시점에서 돌아본 서울 도시재생 사업 1단계, 어떻게 평가하나?

아쉬운 점이 많지만 분명한 성과도 있었다. 지난 일을 돌아보기에 앞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4년 창신숭인 지역을 시작으로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 도시재생은 이전까지 해온 전면 철거 후 재개발 방식의 대안적 개념으로 제안된 것이었다. 그래서 정비 개념을 포함한 지역의 재활성화보다는 ‘보존’을 중시했기 때문에 지금 돌아보면 비판적인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주거환경 정비보다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사업이었다. 도시재생에 참여한 활동가나 주민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정책적인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단계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행정의 책임이 크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말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행정 역시 도시재생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다. 어떤 게 맞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는 해야 할 일이 많을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일을 할 때가 아닐까? 1단계 도시재생 시범사업에 참여한 행정과 활동가, 주민은 모두 정말 어려운 일을 한 것이다. 헌신적으로 노력했고, 도시재생에 필요한 개념들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토대를 세웠다. 1단계 사업이 남긴 기반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구자훈 교수는 서울시 도시재생 1단계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동네 문제 해결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도시재생 활성화사업 대상 지역을 선정하는 기준 자체가 공동체 사업이 활발한 곳이었다. 활성화사업 기간이 끝난 후에 평가하는 기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도시계획과 도시재생을 연구하는 내 입장에서 본다면 평가는 물론 선정 기준에도 물리적인 환경 정비의 가능성과 그로 인한 파급 효과가 들어갔어야 한다. 소규모환경정비사업 등을 통해 삶의 터전을 바꾸는 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커뮤니티를 아무리 강화해 봐야 물리적인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도시재생의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다. 1단계 사업 시행 초기에 놓친 부분이다. 



그런 소규모 환경정비사업 역시 재개발의 장애물로 여기는 시각이 많다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민간 자본이 주도하는 정비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그렇게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서울이라는 대도시 안에도 그런 식으로 할 수 없는 지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도시재생은 민간 자본이 관심 갖지 않는 지역을 위한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1단계 도시재생 사업이 남긴 성과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주민들이 자기가 사는 동네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인의식이 싹텄다. 이전에는 주민이 정책의 수혜자였다면 이제는 지역 커뮤니티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을 발굴하는 등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가 되었다. 그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생겨났다. 두 번째는 행정이 도시재생을 통해 얻게 된 경험이다. 처음에는 행정이 도시재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기존 방식으로 해결했지만,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도시재생 관련 부서가 공무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어렵고 힘든 부서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속에서 굉장히 많은 성과가 있었고, 가능성이 분명한 분야라는 사실을 경험했다. 










1단계 도시재생 사업에서는 커뮤니티 활성화 외에 거점 시설(주민공동이용시설)을 마련하기도 했다

주거 환경 정비가 도시재생 개념에 들어와 있지 않으니 할 수 있는 일이 거점 시설을 짓는 것 외에 별로 없었다. 거점 시설을 짓는 데도 큰 원칙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도시재생 활성화 기간 중 거점 시설을 7곳 지은 곳부터 2~3곳에 불과한 곳도 있다. 지은 후에 어떻게 관리할 지도 문제다. 



도시재생 활성화사업이 끝나고, 협동조합에서 거점 시설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거점 시설 운영에도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다. 주민 입장에선 기껏 참여해 만들어 놨더니 왜 외부 전문가를 끌어들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설을 운영하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재생에 대한 흔한 오해는 단순히 ‘주민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이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건 도시재생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주민과 함께 그 지역을 잘 아는 활동가,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밖에 도시재생 과정에 민간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노후 주택이 많은 지역에는 기본적인 기반 시설 역시 낡고 불편한 경우가 많다. 차량 진입 도로와 소방 도로, 도시가스 지원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공공에서 우선적으로 정비, 구축한다면 신축이나 개보수 등 민간 영역에서 공급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도시도 새로운 시대에 맞춰 성숙해져야 하죠. 

그 수단이 도시재생이에요. 

그래서 도시재생은 ‘제2의 청춘 ’입니다.” 





앞으로 이뤄질 2세대 도시재생의 방향을 제안한다면?

방향보다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무엇보다 공무원이 도시재생에 대한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은 기존의 일반 공공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행정, 예산 집행 시스템이 필요하다. 담당 부서뿐 아니라 회계나 계약 등 관련 부서 공무원의 교육도 필요하다. 현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담당 공무원을 이해시키고, 호흡이 맞을 만하면 순환 보직에 의해 담당자가 바뀌고, 새로 온 공무원은 또다시 옛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지난 7년간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행정도 바뀔 때가 되었다. 



도시재생에서 행정의 역할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 같다 

1단계 시범사업을 진행한 지역 중 잘 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을 비교해 보면 담당 공무원이 도시재생을 얼마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의 도시재생 과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큼 도시재생은 풀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과연 도시재생이란 무엇일까?

‘제2의 청춘’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근대화는 곧 도시화였다. 농업사회였던 한국이 한창 도시화되던 시절이 청춘기 또는 성장기라고 한다면 이제 우리의 도시는 성숙기에 이르렀다. 사람이 중년에 접어들어 그동안의 인생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는 것처럼 도시도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춰 성숙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수단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글_정규영(빈빈)

사진_이과용(일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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