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공장에 피어오른 문화 향기_ 청주 문화제조창C 여행

2020.09.14 1344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청주 문화제조창C 여행
담배 공장에 피어오른 문화 향기
 


산업의 흔적 위에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이 피어오르는 청주 문화제조창C로 도시재생 여행을 다녀왔다.


 
                 




연초제조창이 문화제조창C로 


청주 문화제조창C는 청주시 청주대학교 인근 구도심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문화 단지다. 문화제조창 뒤에 ‘C’가 붙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다른 원소와 융합해 끊임없이 새것을 창조하는 원소인 탄소(Carbon)를 의미한다. 거기에 청주(Cheongju), 문화(Culture), 공예(Craft), 공동체(Community), 창조(Create)의 의미까지 담겨 있다. 3만7천 평 규모의 부지에 국립현대미술관의 4번째 분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와 쇼핑과 휴식, 전시장, 도서관을 갖춘 5층짜리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제조창’, 첨단문화산업단지,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과 작업실이 모여 있다.    


원래 청주 시민에게 이곳은 연초제조창으로 익숙하다. 1946년부터 2004년까지 담배를 생산하던 공장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필터 담배 아리랑이 태어났고, 3천여 근로자의 가계를 책임졌던 곳.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청주를 대표하는 산업단지로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던 연초제조창은 1999년부터 생산량이 줄기 시작하면서 2004년 완전히 폐쇄됐다.





1970년대 연초제조창 일대의 모습      




연초제조창은 2020년 문화제조창C로 다시 태어났다.





가동을 멈춘 공장은 도심의 흉물로 남았다. 정부와 청주시는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처음에는 이 땅에 아파트를 세우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아파트를 지으면 반세기 이상 청주 경제를 지탱해온 역사적인 장소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넓은 공간의 혜택을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재생’이었고, 그 중심에 ‘문화예술’을 두었다. 


버려진 공장 부지에서 지역 문화예술의 싹이 서서히 움텄다. 원료 공장(재건조장) 부지는 200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주시가 매입한 후 첨단문화산업단지로 활용했다. 이후 완전히 문을 닫게 된 공장의 본관과 공장, 창고 등을 조금씩 단장해 공예 클러스터로 운영하며 2011년부터 2년마다 청주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 2010년에는 담배를 제품화하던 양절공장에 현대미술관 청주 분관을 세우기로 결정하였다.

                    





문화제조창C의 큰 축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제자리에 보존된 굴뚝은 연초제조창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점진적인 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2018년, 흩어진 시설을 통합하는 문화단지로 조성하는 계획이 시행되면서부터다. 한국주택공사가 사업을 총관리하며 시공과 운영은 민간 건설사인 도원이엔씨, 라이프스타일 전문 회사 원더플레이스가 함께 맡았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힘을 모아 완성한 이 공간에서 청주시는 공예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상업시설은 10년 동안 원더플레이스가 임대해 운영한다. 민간 기업을 참여시킨 것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문화를 중심으로 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의 새로운 사례가 탄생한 것이다.





기억과 공존하는 도시재생, 그리고 문화재생 


개발이 아닌 재생을 선택한 문화제조창C는 곳곳에서 과거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반세기 이상 청주 시민과 함께해온 연초제조창의 의미를 되짚기도 한다. 문화제조창 4층 공예전시관에서는 연초제조창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시민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내가 여기 연초제조창에 37년 근무했는데 제조창이 없어진다고 하니 몹시 서운하고, 사실 실망스러웠어요. 그런데 16년 만에 이렇게 제조창이 새로 태어났으니 너무 반가울 수밖에 없지요.” 문화제조창 C의 변천사를 다룬 영상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변규옥 씨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문화제조창이라는 이름 자체도 연초제조창을 계승한 것이다.






 1960~70년대 연초제조창에서 담배를 생산하던 모습





옛 흔적들은 새로운 시설 곳곳에서 불쑥 등장한다. 내진 설계로 단단하게 지은 공장 건물의 뼈대와 바닥은 그대로 드러나 있고, 거대한 굴뚝도 원래의 자리에서 역사를 증명한다. 아예 과거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장소도 있다. 문화제조창C 입구, 공장의 사무실로 쓰이던 폐건물은 20세기 중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을 위한 촬영지로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청주 문화제조창C 도시재생 투어


오랫동안 준비한 끝에 멈춰버린 공간에 재생의 숨결을 불어넣은 청주 문화제조창C. 이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에서 새로운 문화와 예술,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만끽해보자.


                            




          연초제조창 본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한  문화제조창C의 내부    






1층의 카페 ‘보이드 맨션’  

                            






청주비엔날레와 문화제조창C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공예전시장

    





5층에 위치한 열린 도서관






#문화제조창C

휴식과 쇼핑, 문화를 누릴 수 있는 5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과 2층에는 한국공예관이 운영하는 아트숍이 있으며 식음료, 의류 등의 판매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청주시 한국공예관을 확장 이전한 3층과 4층은 문화체험 공간이다. 공예와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와 체험교육이 이뤄지며 홀수년도에는 청주공예비엔날레 행사장으로 사용된다.


5층에 있는 열린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한 복합 커뮤니티 라운지다. 2만 6천여 권의 책을 즐길 수 있으며 휴식 공간이 넉넉히 마련되어 있다. 키즈카페와 간단한 스낵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미디어 체험관, 그리고 3백여 석 규모의 공연장도 만나게 된다. 이 ‘시끌벅적한 놀이터 도서관’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서적 양식을 충전할 수 있다.





디 최의 베네치안 랩소디-허세의 힘이 전시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1층의 개방 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의 4번째 분관이자 수장고다. 수장고는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가리킨다. 작품이 훼손되면 가치가 떨어지고, 도난의 염려가 있으니 미술관들은 가장 안전한 곳에 수장고를 마련하고 엄청난 보안 속에 작품을 ‘모셔둔다’. 그런데 이곳 청주관은 수장고 일부를 일반에게 완전히 공개하고 있다. 작품 10~20점 정도를 설치하는 기존 전시장과 달리, 1층 공간에만 약 18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은 작품 사이로 걸어 다니면서 백남준이나 김종영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둘러볼 수 있다. 훼손되기 쉬운 그림은 쇼윈도 같은 창을 통해 관람하기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이 소장한 작품 수는 1만여 점. 하지만 기획 전시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는 작품은 이 중 10%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시가 끝나면 더 이상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1년 내내 열려 있는 이곳 수장고에서는 언제든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라는 틀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니, 미술관으로 향하는 문턱이 한결 낮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이는 보존과학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현재 5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청주관만이 기획할 수 있는 전시(10월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수행하는 또 다른 중요한 업무를 전시로 담았다. 바로 작품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역할이다. 수장고에 있는 미술품 중에는 치료가 필요한 작품도 많다. 햇빛이나 외부 자극으로 인해 원래의 색과 모양이 변하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료가 자연스럽게 낡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로 보존과학자가 사용하는 도구와 기술, 새로운 시도 등을 상세하게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교육적이다. 실제 이곳 청주관에는 미술품 원형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인력의 80%가 상주하고 있으며, 관람객이 보존과학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제로 볼 수 있도록 ‘보이는 보존과학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연초제조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굴뚝





#연초제조창 굴뚝

국립현대미술관 뒷편,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우뚝 서 있다. 본래의 기능은 잃은 채 외로이 서 있지만, 오히려 담배 한 개비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옛날 연초제조창 시절을 회상하게 돕고있다. 수없이 긁히고 그을린 자국들은 담배 공장이 활발하게 가동되던 과거를 상상하게 한다.





     동부창고 문화살롱 전경    






동부창고 문화살롱 8동의 카페 C





#동부창고 문화살롱

담뱃잎을 저장하는 창고는 일찌감치 예술가와 인근 대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다. 청주 시민들은 2014년부터 꾸준히 리모델링 되어온 이 동부창고 문화살롱에 모여 그림을 그리고 공연을 하며 예술과 문화를 즐겼다. 2017년에는 방탄소년단의 ‘낫 투데이’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쓰이기도 했다. 동부창고 문화살롱은 현재 34동(커뮤니티 플랫폼)과 35동(공연예술 연습공간), 36동(생활문화센터), 6동(이벤트홀), 8동(카페 C)으로 운영 중이다. 수시로 공연이나 전시회 등이 열리며 목공예나 프랑스 자수, 팝아트 초상화 클래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글·사진 | 원영인(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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