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운, 세운상가를 걷다

2019.08.09 752

최고의 주상복합타운으로 대한민국 산업 부흥의 영화를 누리다 슬럼화 되었던 세운상가가 ‘다시-세운’ 프로젝트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발 두발, 세운’ 투어 프로그램을 따라 새로워진 세운상가를 걸어보자.




세운상가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이 공존한다. 그 안에는 600년 도읍지 서울의 역사와 문화, 산업화 시절 전자기술 역군의 땀방울,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리는 젊은이의 꿈이 건물 앞을 유유히 지나는 청계천 물줄기처럼 뻗어 흐른다. 


세운상가는 종묘와 을지로 사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상업의 중심에 서있다. 1966년 건축 거장 김수근이 세운 국내 최초 주상복합 타운으로 지금의 타워팰리스 부럽지 않은 최고의 주거 공간이자 전자산업 중심지로 대한민국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다. 오죽하면 ‘우주선도 만들어낸다’는 농담까지 있었을까. 지금도 이곳에서는 전기, 전자, 금속, 기계, 음향, 영상, 통신, 오락기, 가전, 소프트웨어, 고무, 아크릴, 전선 등 다양한 제품들이 거래된다. 하지만 서울 강남이 상업 중심지가 되고 구도심의 기반 시설은 빛이 바래면서 세운상가는 ‘도심 속 유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종묘와 남산을 잇는 세운상가는 지리적, 역사적, 상징적인 이유로 재생의 의미가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그 세운상가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면서부터다. 2017년 실시된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세운상가에 다시 활기가 돌게 만들기 위한 도시재생 사업이다. ‘허물고 다시 짓는’ 개발이 아닌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재생을 통해 세운상가는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공간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세운상가에서는 활기를 되찾은 이곳의 모습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2017년 9월부터 세운상가 도시재생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름하여 ‘한발 두발, 세운’. 세운상가의 공간 구석구석과 풍경, 역사적 배경을 따라가는 코스다. 이 코스를 둘러보면 기존의 전기 · 전자 부품을 비롯해 각종 개발품을 제작하고 수리하는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젊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예쁜 카페와 음식점들이 자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운전자 박물관과 유물 전시관, 세운상가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 스타트업과 예술가 그룹이 들어선 ‘세운메이커스큐브’ 등을 통해 세운상가의 과거와 미래를 만나게 된다. 특히 세운상가 상인들로 구성된 7명의 주민 해설사의 안내를 통해 알차고 살아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도시재생 투어 코스 

‘한발 두발, 세운’ 투어 프로그램

세운상가를 비롯해 청계상가, 대림상가까지. ‘한발 두발, 세운’ 투어 프로그램은 주민 해설사와 함께 세운상가군 곳곳에 숨어 있는 공간과 그 안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1. 다시세운광장

종묘에서 남산에 이르는 세운상가군의 시작점. 예전 이 자리에 있던 현대상가가 철거된 후 한동안 공원으로 사용되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에 의해 2017년 9월 대규모 광장으로 조성되었다. 앞으로 세운상가를 대표하는 여러 축제와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2. 중부관아터 유물 전시관

다시세운광장 하부로 내려가면 조선시대 중부관아터의 유적지와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펼쳐진다. 광장 조성 공사가 진행될 때 발견한 터와 엄청난 양의 유물을 없애거나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 유리를 덧씌워 관람객들이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3. 세봇

“탱크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진 기술 장인들이 나를 만들었어. 이곳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야.” 팔을 흔들며 말을 건네는 세운상가의 마스코트 ‘세봇’은 세운상가 장인들의 기술과 젊은 예술가들의 상상력, 3D 기술이 융합돼 지난 2016년 탄생했다. 높이 3미터에 달하는 세봇에는 키 높이 센서가 달려 있어 어른과 아이를 정확히 인식한 뒤 허리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세운상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4. 세운옥상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던 옥상이 도시재생을 통해 멋스러운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북악산과 남산, 종묘와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이 일품. 지붕처럼 보이는 조형물은 종묘를 모티브로, 벤치는 한글 자음 ㄱ, ㄴ, ㄷ, ㄹ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중앙에는 가변 무대가 설치되어 공연이나 작은 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5. 세운중정
‘중앙 정원’이란 뜻을 가진 중정은 세운상가의 중심이다. 세운상가를 설계한 건축가 김수근의 의도가 잘 담긴 곳인 데다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의미가 깊다. 우리나라 건축물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ㅁ’자형 구조에 불투명 아크릴로 된 지붕의 창문을 통해 환한 빛이 실내를 밝힌다. 독특한 구조와 정취 덕에 영화와 화보 촬영지로도 각광받는다. 예술가들의 전시나 각종 행사,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세운상가의 대표 공간이다. 




 


6. 세운전자박물관 

대한민국 전자기술 반세기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 2019년 7월 현재 세운상가 일대 청계천 문화를 재조명하는 ‘청계천 메이커 삼대기’를 주제로 한 상설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청계천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자 기술의 세대 변화를 한 공간에 재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7시까지 운영한다.






7. 수리수리협동조합-청음실

세운상가군 수리 장인들이 청년들과 함께 협력하여 결성한 수리수리협동조합은 추억이 담긴 오래된 전자제품을 ‘뚝딱’ 수리해준다. 청음실에서 자유롭게 LP판을 골라 음악을 감상해보자. 




 


8. 세운테크북라운지

도심 창의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세운 메이커스 큐브 안에 자리한 이 공간은 세운상가를 찾는 시민을 위한 쉼터이자 입주자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다. 세운상가의 정체성을 살린 최신 과학 기술 서적, DIY 관련 서적을 비롯해 을지로, 도시재생 관련 서적까지 800여 권의 서적이 비치되어 있다. 소파에 앉아 잠시 쉬면서 독서를 즐겨보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7시까지 운영한다.




 


9. H-창의허브 - SE:CLOUD

장기간 비어 있던 아세아상가 3층을 통째로 리모델링해 기술 · 제조 분야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꾸몄다. 작업실, 사무실, 공유공간, 강의실 등으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 사회 변화를 꿈꾸는 기업들이 세운상가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술혁신랩’에는 3D 프린터, CNC 라우터, 레이저 커터, 그라인더 등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 흥미로운 장비들이 들어서 있다. 이들 장비를 활용한 제품 개발 교육과 워크숍도 꾸준히 열린다. 




 



10. 공중보행길(세운교)

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잇던 세운교는 지난 2005년 청계천 복원 공사 때 철거되었다가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공중보행길로 재건되었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계단 등을 통해 지상과 연결되어 청계천과 이어진 공중보행길은 발 아래로 길게 펼쳐진 청계천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도심 속 휴식 공간이다. 





‘한발 두발, 세운’ 투어 프로그램

진행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협의에 따라 시간ㆍ경로 조율 가능)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인원  3인 이상 출발 가능

집결 장소  서울 종로구 종로3가 143-1 다시세운광장

참여 신청  다시-세운프로젝트 홈페이지(sewoon.org/sewoon-tour/3433)에서 신청




글_김태희  사진_김대진(지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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