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가리봉 산책

2019.08.10 761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으로 살기 좋은 동네로 거듭나고 있는 가리봉동을 걸어보자. 구로공단 근로자의 불편한 주거를 상징하던 벌집들이 하나둘 이 시대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산업단지였던 구로공단의 추억이 서린 곳. 공단 근로자들의 애환이 서린 ‘벌집’의 추억이 지금도 골목길 마디마디 촘촘히 박혀있는 곳. 가리봉동은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 사이에 길쭉한 삼각형 모양으로 끼어 비좁게 누워있다. 그 모습은 매일 밤 작은 ‘벌집’에 몸을 누이고 눈을 붙이던 근로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과거 구로공단 자리는 고층빌딩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디지털단지로 바뀌었지만 구로고가 아래 디지털단지 오거리 주변은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그 오거리 위쪽 동네가 바로 가리봉동이다. 구로고가를 사이에 두고 그 주변 동네는 첨단의 옷을 입고 변신하는 동안, 가리봉동은 그 개발의 현장에서 소외된 것이다. 




가리봉동의 주거를 상징하던 벌집



   

벌집을 개보수한 가리봉 도시재생지원센터. 도시재생에 의한 주거환경 개선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가리봉동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네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곳에 오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같이 어려웠던 시절, 작은 골목길과 낡은 주택가의 정감 있는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가리봉동의 장점이지만 그만큼 주거환경 개선 움직임이 제자리 걸음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조선족 동포와 중국인이 많이 들어오며 거리 풍경은 또 한번 달라졌다. 마치 중국의 한 도시를 옮겨온 것처럼 가리봉동에는 이국적인 간판을 단 상점과 음식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오랫동안 재개발 논의가 끊이지 않던 가리봉동은 2016년 서울시 도시재생 지원사업을 맞이하면서 조금씩 변화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가리봉시장 근처에 구로구 건강가정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일명 ‘가족통합 지원센터’가 들어서고 2곳의 주민공동이용시설이 문을 여는 등 도시재생 활동이 착착 진행되는 중이다. 





가리봉동에서는 중국 현지에 가야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은 가리봉 맛집으로 유명한 '월래순교자관'의 군만두와 어향가지튀김.  




2018년 8월, 가리봉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도시재생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서 누구나 사전 예약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가리봉동 도시재생 현장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건축가의 손에 의해 주민공동이용시설과 현대적인 원룸으로 다시 태어난 벌집, 중국음식점과 식자재 판매상이 가득한 가리봉 재래시장,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애환을 어루만져주던 성프란시스코 수녀원 등은 도시재생의 손길이 닿아 변화하고 있는 가리봉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워진 주거와 다양한 문화를 만나다

가리봉동 도시재생 투어


이국적인 가리봉시장을 비롯해 주민공동이용시설로 변신한 벌집 등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멋진 공간들까지, 가리봉동의 생생한 도시재생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1. 행복마루 (가리봉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입주한 주민공동이용시설)

가리봉동에 도시재생이 시작되며 그 거점 시설로 태어난 곳이다. 구로공단을 상징하는 주거형태이자 산업화 시절의 고단했던 삶의 기억이 서린 ‘벌집’을 밝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개조해 눈길을 끈다. 여기 들어선 가리봉 도시재생 지원센터는 이 행복마루에서 주민들을 위한 각종 행사와 토론회, 미술전시 등을 열고 있다.







2. 우마길 문화의 거리

가리봉동을 가로지르는 대로변에는 중국인들과 이들을 상대로 하는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연변 거리’로 불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중국에 온 듯한 느낌이 물씬하다. 최근 서울시 도시재생 지원사업을 통해 간판과 도로 정비, 가리봉시장 아케이드 지붕 설치 등을 마친 덕분에 사람들은 전보다 더 쾌적하게 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3. 윙윙센터(주민공동이용시설)

행복마루처럼 벌집을 매입하여 주민공동이용시설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앞으로 행복마루와 함께 가리봉동의 도시재생 거점 시설로서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활동이 펼쳐질 예정이다. 







4. 벽화길

비좁고 어둡고 가파른 골목길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벽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 낡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좁고 외진 가리봉동의 골목길 역시 여성안심행복마을 조성사업의 하나로 벽화가 그려지며 전보다 산뜻하게 변신했다. 이에 더해 이미지를 만들어 비추는 고보조명과 CCTV까지 설치해 가리봉동 골목길은 더 깨끗하고 안전한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5. 보영탕

1970년대 벌집에서는 마당의 공동 수도를 사용하거나 비좁은 부엌에서 취사와 목욕을 공동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쉬는 날이 되면 가리봉동의 노동자들은 당시 큰 규모의 목욕탕이던 이곳 보영탕으로 몰려들었다. 전성시대는 이제 지났지만 보영탕은 여전히 운영되며 동네의 역사를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6. 구로구 건강가정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2000년대 초 중국 동포들이 가리봉동 일대로 몰리면서 기존 주민들과 문화적 갈등이 생겨나자 구로구청은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고민해왔다. 이에 서울시 최초로 종합적인 가족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세워진 이곳은 일명 가족통합 지원센터라고도 불리며 행정·복지·다문화 정책 3가지 기능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7. 가리봉 재래시장

1970~80년대 구로공단 근로자들이 자주 찾던 시장이다. 주로 고기와 생선, 야채를 팔던 전형적인 동네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중국 식자재를 파는 가게와 중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도로와 간판 정비, 지붕 아케이드 설치 등으로 환경이 개선되었다. 지붕의 태양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8. 깔딱고개와 조형물

무심코 오르다 보면 그 이름처럼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는 가파른 고갯길. 하지만 힘들게 오르면 이곳이 가리봉 재래시장 아케이드 지붕과 오밀조밀한 벌집들, 멀리 고층빌딩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전망 명소라는 걸 알 수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 지원사업을 통해 나무 데크와 조형물, 가리봉동의 역사와 시 등을 읽을 수 있는 액자들이 설치되어 눈길을 끈다. 





 


9. 솔로하우스

70년대 지어진 벌집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젊은이들을 위한 모던한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 30개의 방을 19개로 줄이고 벌집 구조는 H빔으로 보강했지만 외관은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활용해 역사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기존 건물을 허무는 재건축 대신 재생건축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2017년 서울시 건축가상을 받았다. 솔로하우스를 진행한 건축가 김범준의 설계사무소 토포스도 이곳에 있다. <가리베가스>라는 단편영화를 찍은 곳이기도 하다. 





 


10. 비상소화시설

서울시 도시재생 지원사업의 하나로 주민 안전을 위해 설치되었다. 가리봉동에는 화재진압용 소화기가 설치된 도로가 협소하거나 불법주차 등으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 많아 이들 골목에 중점적으로 설치했다. 비상벨을 누르면 바로 경찰과 연결되어 통화할 수 있다. 





 


11. 성 프란시스코 장애인 종합복지관

1967년 ‘성 프란시스코 의원’으로 시작하여 1979년 여성근로자의 자립을 도와준 ‘선화 기숙사’로 운영되었던 곳이다. 공단 여성 근로자의 애환을 보듬어주던 이곳은 현재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장애인 복지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리봉동 도시재생 투어 프로그램


소요 시간  약 1시간 

집결 장소  서울 구로구 우마길 24-5 행복마루(가리봉 도시재생 지원센터/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하차, 1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참여 신청  가리봉도시재생지원센터 02-830-7855





글_김태희  사진_김대진(지니스튜디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