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오래된 마을, 햄스테드 마을 여행

2020.02.04 2047

햄스테드역에서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위치한 상점가 카페골목





런던의 오래된 마을, 햄스테드 마을 여행

 


도시재생에 좋은 영감을 줄

영국 런던의 마을 투어를 소개한다.
눈 두는 곳마다 깊은 이야기가 담긴 런던 주택가,
햄스테드의 온기 가득한 걷기 여행
.

 






영국 런던 북서부에 위치한 햄스테드(Hamstead)는 역사가 오래된 고급 주택가이다. 런던 중심부에서는 약 6.5km 정도 떨어져 있다. 마을을 따라 올라가면 런던에서 가장 높은 언덕인 햄스테드 히스로 이어진다. 완만한 경사의 초원과 야생 숲으로 이루어진 햄스테드 히스에 오르면 런던 시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노팅힐>,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등 많은 영화들이 이곳 햄스테드에서 촬영됐으며, 아름다운 마을 풍경과 자연 친화적인 환경으로 많은 예술가와 문학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햄스테드의 오래된 주택과 햄스테드 힐스 전경




햄스테드는 자연부지들이 많아 일찌감치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관심이 높은 동네다. 더불어 개발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도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그 중 2007년 재개발을 앞두고 진행된 소유권 분쟁은 한때 전 세계 주목을 받았을 만큼 유명하다. 1987년 살던 집에서 쫓겨난 헤리 헨리 할로스는 노숙자로 지내던 중 남들이 버린 것들을 주워 햄스테드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햄스테드 북쪽 애슬론 하우스 대저택의 대지 소유자가 땅을 개발하려던 중 이곳에 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퇴거 명령을 내린다. 영국 법상 12년을 한 곳에서 계속 거주한 경우 그 점유권이 인정되어 사건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지만, 그는 주민들의 지지로 이 땅에 대한 소유권을 얻게 되고, 죽기 전 자선단체에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 ‘햄스테드’가 만들어졌다. 실제 햄스데드에서 촬영된 영화는 햄스테드의 아름다움 동네 풍경을 잘 담아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햄스테드역에 10파운드를 들고 서있으면 어김없이 여행이 시작된다.




단돈 10파운드로 전문 가이드와 함께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 햄스테드를 단돈 10파운드에 전문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걷기 여행으로 즐길 수 있다. 바로 런던 웍스(London Walks)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 (*런던웍스에 대한 정보는 이 글 마지막에 자세히 안내한다)

 

런던웍스 사이트(www.walks.com)에 들어가 마을 투어가 진행되는 요일과 시간을 확인하고 시간 맞춰 햄스테드역에 10파운드를 들고 서 있으면, 가이드가 나타나 어김없이 여행이 시작된다. 예약할 필요도 없다. 10파운드는 현장에서 가이드에게 직접 지불하면 된다. 이렇게 가성비 좋은 가격와 유연한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런던웍스의 50년 가까이 축적된 경험과 가이드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는 협업의 힘 덕분이다.







빅토리아 시대 공동묘지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햄스테드 마을여행단







영화 '햄스테드'의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난 곳도 이곳 햄스테드 공동묘지 공원이다.





존 커스터블의 '햄스테드 브렌치힐 연못(1820년대)',  ⓒBury Art Gallery


 


깊이가 남다른 마을 이야기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온 도시여행자들과 함께 햄스테드 역을 지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드넓은 빅토리아 시대의 공동 묘지와 마주하게 된다. 햄스테드에 기여한 이들만 묻힐 수 있다는 이곳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역사적 인물들의 묘비명이 수두룩하다.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의 묘도 이곳에 있다. 컨스터블은 풍경화는 직접 자연을 관찰하고 그려야 한다고 믿었는데, 그의 많은 작품들이 이곳 햄스테드에서 이루어졌다.

   







유명 영화감독 리들릿 스콧이 25년동안 살았던 집 





이야기가 담긴, 시대별 건축 투어


햄스테드는 유서 깊은 마을답게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이 공존하고 있어 시대별 건축양식을 살펴보는 것도 투어의 또 다른 재미다. 영국은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따라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축물 좌측 눈높이에 이 건물에 살았던 인물과 생애 기간 등을 표기한 블루플라크를 설치하고 있다. 햄스테드 마을 내 많은 건축물에 이 블루플라크가 붙어있다.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 : 잉글랜드의 역사적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 정부에 의해 설립된 단체

  






햄스테드에는 컬러가 다른(시대가 다른) 블루플라크가 동시에 붙어있는 집도 여럿이다.










1866년 처음 시행된 블루플라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과 관련된 건축물에 설치된다.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사회복지활동에 지대한 공헌이 있어야 하며, 런던에서 삶의 주요 시기를 보내야 하는 등 그 설치기준이 엄격하다. 블루플라크를 설치하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개발에 의해 역사적 건축물들이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마을에는 컬러가 다른(시대별로 컬러가 다르다) 블루플라크들이 동시에 붙어있는 집도 여럿이다. 한 집에 여러 시대에 걸쳐 역사적인 인물들이 살았다는 의미인데, 이것만으로도 햄스테드 마을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








영국은 지금의 주소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만든 나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런 영국도 주소 시스템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관 상부의 유리 디자인으로 집들을 구별했다. 햄스테드의 주택 역시 현관 유리 디자인이 제각각 다른데, 주소 시스템이 나오기 전 건축된 양식임을 알 수 있다.





집집마다 다른 현관 유리 장식 디자인





아주 작은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담아낸 스토리텔링 산책


이밖에도 드골이 왔던 교회, 소설 피터팬에 영감을 준 가스등, 런던에서 제일 처음 세워진 경찰서, 18세기 첫 화재보험을 든 건물, 1740년에 오픈한 펍, 영국의 셀럽 쉐프 제이미 올리버가 살았던 집, 영화 메리포핀스를 촬영한 공간, 영화 에일리언을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이 25년 동안 살고 엄청난 가격에 팔았다는 에피소드가 담긴 집 등 햄스테드 골목골목에 담긴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끝이 없다. 이렇게 가이드는 여행객들과 함께 마을의 역사, 살았던 이들, 건축물 등에 대해 이야기 하며 함께 걷는다. 마을을 지나 햄스테드 히스를 거쳐 다시 햄스테드 역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 투어가 끝날 즈음엔 햄스테드는 아는 동네가 되어 있다.





화이트 컬러에 블루 포인트를 준 마린스타일의

이 화이트 하우스는 실제 해군 제독이 살았던 집이다.

역시 건물에 블루플라크가 붙어있다.





1740년에 오픈한 펍,  The Holly Bush(왼쪽 뒤).

몇 년 전까지 건너편에 영국의 유명한 쉐프 제이미 올리버가 살았다(오른쪽 앞 창가집). 




마을을 벗어나 햄스테드 힐스로 





이름난 관광지나 화려한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는 많지만, 고집스러운 삶의 방식을 가지고 뿌리 깊게 이어온 마을을 여행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경험이다. 어디 이뿐이랴. 유유히 담아낸 마을의 역사에는 삶의 품격이 담겨있다. 우리의 도시재생도 그러하리라.





런던 웍스(London Walks)?


런던웍스(www.walks.com)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도보여행 전문 회사이다. 5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어 여행사라고 하기 보다 이제는 런던의 유명한 문화 프로젝트가 되었다. 프로그램은 별도의 예약 없이 해당 날짜,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투어가 진행되는 지하철역(TUBE STOP) 출구 밖에서 가이드를 만나면 된다. 가이드는 눈에 띄는 하얀색 런던웍스 책자를 들고 있어 바로 찾을 수 있다. 가격은 10파운드(65세 이상, 학생 및 런던 워크 회원 카드를 소지한 경우 8파운드, 15세 이하의 아이들은 부모 동반 무료이다). 현장에서 가이드에게 10파운드를 지불하고 함께 걸으며 안내 받으면 된다. 투어시간은 2시간 남짓 소요되며 지하철역에서 출발하여 다시 지하철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런던웍스는 가이드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신뢰와 명예를 바탕으로 일하며 여행에 대한 품질, 서비스 범위, 가이드의 품격 등 누구도 런던웍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없다며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안내하는 런던윅스 프로그램:

런던웍스의 프로그램은 지역별, 주제별, 시기별, 요일별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365일 운영된다. 웹 사이트에 들어가면 프로그램 안내뿐 아니라 가이드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데, 모두 전문성을 인정받은 이들이다. 브루넬박물관의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브루넬의 런던, 로열 세익스피어 컴퍼니 배우들이 안내하는 세익스피어 런던, 저명한 고고학자가 안내하는 템즈 고고학 등 각 전문가와 함께 런던을 다양한 주제로 걸을 수 있다. 록앤롤 런던은 역사적인 록앤롤 공연장 무대에서 20분 동안 라이브를 하는 뮤지션의 안내를 받는다. 잭 더 리퍼(영국의 전설적인 연쇄살인자) 투어를 담당하고 있는 가이드는 잭 더 리퍼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런던웍스 여행자들 :

도보여행에 참여하는 이들의 절반은 영국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런던을 방문하는 외국 여행객들이다. 평균 6~7개국에서 온 이들이 함께 여행을 한다. 사전예약 없이 오는데도 대략 20~30여 명의 도시여행자들이 모인다. 가이드 없이 다니고 싶은 이들은 웹 사이트를 통해 개별 코스에 관한 책자와 지도를 구매할 수 있다. 별도의 그룹 안내도 가능하며 15~20명 선에서 전담 가이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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