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장이 된 방직공장, 리스본 엘엑스 팩토리(LX Factory)

2019.08.09 1547

한때 일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쇠락해버린 방직공장 단지가 여행자와 젊은이들로 가득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엘엑스 팩토리는 어떻게 다시 태어나게 되었을까?



 사진  |  Kajzr Photography / Shutterstock.com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최근 몇 년 간 전세계 여행 전문지와 여행자들이 손꼽는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2017년 <CNN 트래블>은 ‘무엇이 리스본을 ‘쿨한’ 도시로 만들었나?’라는 기사를 통해 마드리드보다 화려한 밤 문화, 실험적인 음식, 바다와 오래된 성, 매혹적인 디자인과 예술의 거리를 리스본의 매력으로 꼽았다. 리스본 도심 구석구석의 수세기 전 아름다운 건축물과 통통 튀는 거리 벽화, 현대예술 작품은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복합문화공간 ‘엘엑스 팩토리(LX Factory)’는 리스본에서 전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다녀가는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낭만적인 타구스 강변가의 현수교 ‘4월 25일의 다리(Ponte 25 de April)’와 강변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들어선 이곳은 19세기의 공장 단지를 기반으로 한 복합 업무공간이자 쇼핑공간, 그리고 문화창작소다.



“리스본에 가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자 세계에서 가장 쿨한 곳!” “레스토랑과 바, 예쁜 상점, 사진을 부르는 예술품이 가득하다.” 엘엑스 팩토리를 향한 이런 찬사는 SNS와 전세계 여행자 커뮤니티, 여행 칼럼니스트들의 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엘엑스 팩토리는 어떻게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으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그 원동력은 바로 ‘도시재생’이다.




 사진  |  Jose y yo Estudio / Shutterstock.com


  

사진  |   Kajzr Photography / Shutterstock.com



산업혁명의 성지, 도심의 흉물로 전락하다

지금의 엘엑스 팩토리가 된 콤파냐 데 테시도스 리스보넨즈(Companhia de Tecidos Lisbonense)라는 이름의 방직공장 단지 건물들은 1846년에 지어진 이후 리스본의 제조업을 대표해왔다. 공장 노동자들이 밤 새워 일하는 23,000㎡의 방대한 부지는 리스본 산업혁명의 성지였다. 공장은 이후 포르투갈에서 가장 큰 인쇄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의 영화는 200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으니, 드넓은 공장부지는 오랫동안 버려진 채 도심의 흉물처럼 방치되고 말았다.



변화가 시작된 건 지난 2008년부터다. 리스본의 도시재생을 모색하던 이들이 뜻을 모아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메인사이드(Main Side)’라는 민간회사가 개발과 운영을, ‘코워크리스보아(Coworklisboa)’라는 단체가 다양한 기타 활동을 주도한 것이다. 이들의 활동을 발판 삼아 오래된 산업 현장의 터전엔 호스텔과 각종 상점, 스튜디오, 디자인 회사, 레스토랑과 바 등 50개 이상의 회사와 상점이 어깨를 맞대고 모이게 되었다.



코워크리스보아의 설립자 페르난도 아나는 이곳이 “업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터무니 없는 생각’들을 수용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눈길을 사로잡는 인테리어와 기발한 아이디어의 수공예품, 빈티지 소품, LP 음반 등을 파는 상점, 카페와 식당들은 마치 서울의 을지로처럼 산업화 시대 유산에 예술적 취향을 입힌 ‘뉴트로 감성’으로 가득해 전세계 ‘힙스터’들을 불러모은다.




 사진  |   SamaraHeisz5 / Shutterstock.com

     


사진  |   Radiokafka / Shutterstock.com     



도시재생으로 활기를 얻고 유명 관광지로 부상하다

여행객들은 이곳을 재미있는 쇼핑공간이자 흥미로운 축제의 장소로 기억하겠지만 엘엑스 팩토리는 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한달 임대료 15만원의 저렴한 업무공간이자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예술가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가장 생기 넘치고 재기 발랄한 에너지를 가진 이들이 모여 자유롭게 교류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공간. 때문에 지금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곳. 엘엑스 팩토리는 이제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 되었다. 



엘엑스 팩토리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는 장소는 인쇄소를 개조해 꾸민 ‘레르 데바가르(Ler Devagar) 서점’이다. ‘천천히 읽기’라는 이름의 이 서점은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 집필에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할 만큼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머플러를 맨 채 자전거를 타는 하얀색 어린 왕자 조형물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데 그 모습이 또한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인기를 모은다. 서점 2층에는 인쇄소 시절 돌아가던 윤전기가 그대로 남아 과거를 증명하고 있다. 이 밖에 외벽에 초대형 벌 조형물이 붙어 있는 더돔(The Dorm) 호스텔, 4월 25일의 다리와 타구스강의 야경,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 라운지 리우 마라빌랴 등이 유명하다.




  쇠락한 공장 단지에서 문화와 예술이 있는 관광지로 거듭난 엘엑스 팩토리에는 활기와 희망이 넘친다.



지금 엘엑스 팩토리는 일년 내내 뮤직 페스티벌, 패션 및 예술쇼가 개최되고, 주말이면 마드리드를 능가한다는 화려한 밤문화가 아침까지 이어진다. 두 세기 전 24시간 내내 공장의 기계 소리로 윙윙거리던 곳은 한동안 쇠락의 늪에 빠졌다가 도시재생을 통해 이제 24시간 젊은이들의 들뜬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거듭났다.





글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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