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르세유 도시재생 프로젝트①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도시풍경

2021.07.05 3097






프랑스 마르세유 도시재생 프로젝트 ①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도시풍경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의 선구자, 꺄바농 벡띠꺌


꺄바농 벡띠꺌Cabanon Vertical(이하 꺄바농). 생소한 이름의 이 그룹은 도시 공간을 무대로 예술과 디자인을 아우르는 공공시설물을 제작하는 창작 단체이다. 2001년에 설립되어 프랑스 마르세유를 무대로 건축가, 도시계획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들의 창작물은 평범한 도시 시설물처럼 실용적인 쓰임을 갖는 동시에 독특한 외관으로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미적 효과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진 꺄바농의 작품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며 도시 공간 속에서 공생하는 방법을 묻는다. 



이들의 모든 프로젝트는 트랜지셔널 어바니즘Transitional urbanism을 통해 진행된다.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이란 도시계획에서 최종 사업을 확정하기 전, 해당지역에 가장 적합한 사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도기 단계를 말한다. 

 


<  꺄바농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


  

프로젝트명 À Flot / 장소  Besançon / 2016-2017 



프로젝트명 La Jetée / 장소 Arles / 2021


재생이 필요한 도시 공간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행사를 기획하는 등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계획의 발전 혹은 수정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의 주요 목적이다.  또한 참여형 어바니즘의 한 형태로 모든 단계에서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교류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실질적인 의견과 바람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고, 규모가 작아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꺄바농의 창립자 올리비에 브뒤(Olivier Bedu) ©Gilles Gerbaud



꺄바농의 창립자인 건축가 겸 아티스트 올리비에 브뒤Olivier Bedu는 초창기부터 이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오늘날의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그는 프랑스 국제개발원조기관(AFD)의 초청을 받아 지난 2019년부터 아프리카 서안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트랜지셔널 어바니즘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그가 리드하는 꺄바농은 지역 주민의 삶과 공동체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주민을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만들다


유럽 노마드 비엔날레를 표방하는 ‘마니페스타 Manifesta ’ 는 1996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시작해 매번 국가와 도시를 바꿔가며 개최되는 현대 예술 비엔날레이다.  2020년 13번째 개최지로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마르세유를 선정했다. 그들은 마르세유 구항구 정면에서 뻗어나가는 보행자 전용 도로와 이어진 꺈비에르Canebière 대로 사거리 중심에 안내소를 갖춘 중앙 본부를 마련했다. 그리고 본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시설물 작업을 꺄바농에 의뢰했다. 



의뢰를 받은 꺄바농은 꺈비에르 사거리 중심에 있는 마니페스타13 본부 건물 모서리와 꺈비에르 사거리 내 다른 장소에 같은 형식을 지닌 구조물을 각각 설치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건물이 확장되어 야외까지 이어지는 효과를, 두 번째는 다른 구조물과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본부가 자연스레 주변 장소와 연결되는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주민참여 현장. 함께 지도를 보며 꺈비에르 사거리에 대한 불만과 바람 등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적었다



그들은 여러 번에 걸쳐 사거리를 관찰했고 주민들과 함께 지도를 보며 사거리에 대한 불만과 바람 등을 적은 ‘감성 지도’를 만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꾸준히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그 과정을 공유, 참여를 유도해 그들이 점차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지역 조사를 위한 단계이자 주민들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완성된 ‘감성 지도’는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동안 마니페스타13 안내소 유리창에 전시되었다.





꺈비에르 거리의 쉼표, 스트릿 코너


꺄바농은 ‘감성지도’ 제작 시 대다수의 사람들이 꺈비에르에는 상업 시설이 아니면 앉아 쉴 곳이 없고 식물이 적어 삭막하다고 이야기했던 것을 반영해 다양한 식물에 둘러싸여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스트릿 코너Street Corner’ 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설치 장소로 마니페스타13 본부 건물 길 건너편에 있는, 사거리의 또 다른 모서리를 선정했다. 두 나무 사이에 위치한 최종 선정지는 사람들의 복잡한 통행 속에서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유일한 장소였다. 종종 통화를 하거나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두 나무 사이에서 서성이곤 했는데, 이들은 직관적으로 이곳이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곳임을 알았던 것이다.



    

스트릿 코너 설치 모습



2020년 8월, 스트릿 코너 설치가 시작되었다. 제각각 다른 높이로 쌓은 큐브들이 이어진 듯한 철제 구조물에 식물을 배치하고 그 아래로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다양한 크기로 마련했다. 설치가 진행되는 동안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무색하게 철조망 너머로 말을 건네 오는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막바지에 이르러 철조망을 치우고 마무리 작업을 할 때에는 몇몇 시민들이 그 위에 앉아 한참을 쉬어 가기도 했다. 주위에 널브러진 공구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그곳에서 잠시 쉬는 것이 일상인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꺈비에르에 설치된 스트릿 코너 ©Gilles Gerbaud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된 스트릿 코너는 마르세유 시로부터 비엔날레 기간에만 허가를 받은 임시 시설물이었지만 시 소속 현대미술 담당부서 FCACFond Communal d’Art Contemporain에 기증되어 그곳에 영구적으로 남게 되었다. 비엔날레를 계기로 꺈비에르 사거리의 발전 방향과 가능성을 시험하는 기회가 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도심 속 쓰이지 않는 작은 공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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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나은 도시 재생을 위한 징검다리 - 데달(Dédale) 프로젝트




글_추민아(꺄바농 소속 공간디자이너)

>>> 꺄바농 벡띠꺌(Cabanon Vertical)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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