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플로팅 유니버시티 프로젝트

2021.09.30 2528





도시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유쾌한 방법 

-건축가 그룹, 라움라보 베를린의 ‘플로팅 유니버시티’



글_추민아(꺄바농 소속 공간디자이너)



공항에서 공원으로, 늪지에서 캠퍼스로


2008년에 폐쇄된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은 그 시설물을 그대로 유지한 채 2010년, 시민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공항의 폐지와 공원 설립 결정을 둘러싸고 베를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고, 공원을 위해 대규모 공사를 벌이는 대신 공항 시설물을 유지하는 것도 시민들의 투표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2018년, 템펠호프 공원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건축가 그룹 라움라보 베를린(Raumlabor Berlin)이 공원 안 늪지에 캠퍼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덕분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플로팅 유니버시티의 입구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부유하는 대학, 플로팅 유니버시티(Floating University)다. 단단한 땅도 아닌 늪지에, 그것도 건축가들이 만드는 대학 캠퍼스가 들어서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늪지에 세워진 캠퍼스를 통해 도시의 변화와 환경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그리고 색다른 방법으로 대중들과 나누고자 했다. 학위를 발급하는 정식 대학의 캠퍼스는 아니지만 이 주제에 대해 체험하고 토론하는 배움의 장이니 캠퍼스와 다를 바가 없었다. 또한 이 늪지는 80년 동안 봉쇄되어 다양한 동식물 군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시민들과 나누고 보존하는 것 역시 프로젝트의 중요한 주제였다.





다양한 생각이 모여 만든 캠퍼스



늪지 위에 세워진 구조물들을 연결하는 나무 다리




입구에서 내려다본 플로팅 유니버시티




빗물 정수 시스템이 설치된 주요 공간



프로젝트의 이름만큼이나 그 과정 역시 재기가 넘쳤다. 우선 늪지 위에 캠퍼스라 불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라움라보 베를린은 유럽 여러 학교의 학생들을 초대해 여러 개의 목조 구조물을 지었다. 늪지 위에 듬성듬성 설치된 목조 구조물 사이는 나무판자로 짜인 다리로 연결했다. 구조물은 방문객을 맞이하는 입구와 건식 화장실, 그리고 빗물 정수 시스템과 간이 수영장, 음료 판매대가 설치된 주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2018년 7월 캠퍼스 공개 기간동안 이루어진 워크샵




2018년 7월 캠퍼스를 찾은 시민들



라움라보 베를린은 2018년 5월, 7월, 8월 3회에 걸쳐 캠퍼스를 대중에 공개했다. 토론회, 컨퍼런스, 퍼포먼스, 콘서트, DJ셋, 체험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혹은 늪지를 즐기기 위해 캠퍼스를 찾았다. 라움라보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예술가, 사회학자, 과학자, 건축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이렇듯 플로팅 유니버시티는 다양한 생각들이 모이고 뒤섞여 빛을 발하는 플랫폼으로 역할했다.





플로팅 베를린으로 바뀐 입구




도시의 문제, 문화 행사를 통해 시민에게 다가가다


시민들은 플로팅 유니버시티에서 열리는 문화 프로그램들을 체험하며 도시와 환경에 대해 깊이 있고 다양한 사유의 기회를 갖는다. 무엇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사회 문제를 가볍고 유쾌한 방법으로 풀어낸 덕분에 시민들은 이를 즐기며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단기 프로젝트로 시작된 플로팅 유니버시티는 그 후 플로팅 베를린(Floating Berlin)이라는 사회단체로 발전되어 그 활동을 계속하게 되었다. 플로팅 베를린은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해 시민들을 초청하고 끊임없이 도시와 환경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시는 온난화, 천연자원 부족, 고성장 시대와 같은 현대 사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플로팅 유니버시티는 그 자체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안인 동시에 또 다른 질문이다.





시민들의 쉼터가 된 플로팅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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